유치장 브래지어 탈의 강요 피해자들, 항소심에서도 승소

항소심 재판부, 항소 이유없다 기각... "새정부, 기각결정 취지 국정운영에 반영해야"

2013-01-08     석희열 기자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2008년 촛불집회에서 연행돼 유치장 수용 과정에서 브래지어 탈의를 강요받고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피해자들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승소했다.

피해자 4명은 2008년 8월 15일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에 참석했다가 집시법 위반 및 일반교통방해 혐의로 현행범 체포돼 경찰 유치장에 수용됐다.

신체검사 직후 경찰은 별다른 설명도 없이 규정상 브래지어를 벗어야 한다고 강요했고 피해자들은 길게는 체포시한인 48시간 가까이 브래지어를 벗은 채 유치장에 머물렀다.

심한 수치심과 함께 인권을 유린당한 피해자들은 2011년 8월 10일 국가를 상대로 각각 600만원씩 모두 2400만원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7단독 조중래 판사는 지난해 5월 이 재판에서 "경찰의 탈의 조치가 법적 근거 없이 이뤄졌을 뿐만 아니라 자살방지 등 유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필요최소한의 범위에서 벗어나 위법하다"며 국가가 원고 4명에게 각각 150만원씩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국가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에서 서울중앙지법 제7민사부(재판장 김대성)는 지난 12월 13일 1심 판결의 이유를 그대로 인용하며 국가의 항소를 기각했다. 국가가 자국민을 상대로 인권을 유린하고도 반성하지 않고 있는 데 대한 질책인 셈이다.

이번 소송은 천주교인권위원회 유현석공익소송기금의 지원으로 진행됐다. 기금은 평생을 실천하는 신앙인으로서, 의로운 인권변호사로서, 약자들의 벗으로서의 한결같은 삶을 살다 2004년 선종한 유현석 변호사의 유족이 고인의 뜻을 기리고자 출연한 기부금을 바탕으로 구성됐다.

천주교인권위원회와 인권운동사랑방은 8일 관련 논평을 내어 "이번 항소 기각 판결은 이명박 정부 5년간 간헐적으로 여성 유치인의 브래지어를 강제로 탈의시켜 온 경찰 관행의 불법성과 폭력성을 확인하고, 국가의 성별화된 폭력이 다시는 재발돼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올해 2월말에 출범할 박근혜 정부는 이번 결정의 취지를 국정운영에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천주교인권위원회는 또한 "불법적인 유치장 브래지어 탈의 관행을 중단시키고, '피의자 유치 및 호송규칙'과 '유치장 업무편람'의 개정 등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