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청와대 "일본, 독도 명기 언급 있었다"

야당 "대통령 탄핵감" 국정조사 및 청문회 요구... 청와대 "사실무근" 또 발뺌

2008-07-15     석희열 기자

이명박 정부의 오락가락 갈지(之)자 행보가 정치권의 핵폭탄으로 떠올랐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졸속협상에 이어 독도 관련한 지난 9일 홋가이도 한일 정상회담 내용이 이명박 정부의 '정치 쓰나미'가 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15일 '독도를 일본땅으로 명기하기로 했다는 내용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통보했다'고 거듭 밝혔다. 일본 정부는 9일 홋가이도 도야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 내용까지 공개하며 '통보받은 사실이 없다'는 한국 정부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통보는 아닌데 그런 말이 있었던 것으로 사료된다"며 기존 입장을 180도 바꿨다. 지난 13일 일본 <교도통신> 보도로 이 문제가 처음 터졌을 때만 해도 청와대는 "독도 명기 방침을 우리 측에 통보했다는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잡아뗐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일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지난 9일 한일 정상회담 당시 후쿠다 총리가 '독도를 쓰지(명기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말한데 대해 이명박 대통령이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리면 좋겠다'고 대답했다"고 이날 인터넷판에서 보도했다.

지난 13일 <교도통신> <NHK>에 이어 이날 <요미우리>까지 일본 주요 언론들이 일제히 홋가이도 한일 정상회담에서의 밀담 내용을 보도한 것이다. 일본 정부도 이 문제로 두 나라 간에 논란이 확산되자 정상회담 내용까지 전격 공개하며 한국 정부를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청와대는 이날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지금은 곤란하니 기다려 달라'고 요청했다는 요미우리 신문의 보도 내용은 사실무근이고 터무니 없는 얘기"라고 부인했다.

이동관 대변인은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신문 보도를 보니까 독도 문제를 중학교 교과서 해설서에 명기한다는 얘기가 있던데, 미래지향의 한일 신시대를 열어가자는 이 시점에 그런 사태가 벌어져서는 안 된다.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그러나, 정상회담 당시 일본 쪽의 '독도 영유권 명기 통보가 있었냐'는 질문에는 "통보는 아닌데 그런 말이 있었던 것으로 사료된다"고 말해 사실상 통보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하던 13일과는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그는 일본 언론의 잇따른 보도와 관련해 "우리 한국 내부를 분열시키고 독도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려는 일본 측의 언론플레이"라며 "이건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엉뚱한 데로 손가락질을 했다.

결국 청와대는 <요미우리>의 보도 내용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 발언 부분만 문제삼았을 뿐 일본 정부의 독도 영유권 명기 통보 부분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부인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또다시 국민을 속였다는 추론이 가능한 대목이다.

한나라당을 제외한 정치권이 독도 영유권 문제를 둘러싼 이명박 대통령의 대일 저자세 굴욕외교와 오락가락 행보에 대한 총공세에 나설 것으로 보여 여야 관계의 급속한 냉각이 예상된다.

특히 일부 야당에서는 이번 사태에 대해 "대통령 탄핵감"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을 대상으로 국정조사와 국회 청문회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