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네스티 조사관 "경찰, 촛불시위 과잉 무력진압했다"

엠네스티, 전세계에 한국의 인권상황 알릴 계획... 경찰의 인권침해 즉각 수사 촉구

2008-07-18     이성훈 기자

국제 인권단체인 국제엠네스티는 18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시위에 대해 경찰의 무력 사용이 있었다고 밝혔다.

노마 강 무이코(Norma Kang Muico·41) 국제엠네스티 동아시아 조사관은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한민국 경찰이 정부의 무역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를 진행하던 평화로운 시위자들을 향해 과도한 무력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앰네스티는 한국의 촛불집회에서 경찰의 과잉 진압과 인권 침해가 있었는지를 조사하기 위해 지난 4일 무이코 조사관을 서울에 파견했다. 무이코 조사관은 보름 동안 한국에 머물며 관련자 인터뷰와 현장 확인 등을 통한 조사활동을 폈다.

무이코 조사관은 "시위는 대체적으로 평화로웠지만 진압경찰이 군중을 향해 진격하거나 일부 시위대가 경찰 차량을 부수는 등의 폭력사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찰이 물대포, 소화기 등 비살상 군중통제장치를 남용했다"면서 "평화로웠던 시위대에 경찰이 소화기와 물대포를 가까운 거리에서 사용해 일시적 실명이나 골절, 뇌진탕 등의 심각한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24세의 한 사무직 여성은 진압경찰이 갑자기 군중 속으로 진격하면서 넘어지게 됐다. 그때 적어도 5명의 경찰이 그를 둘러싸 머리 부분을 곤봉과 발로 반복해서 공격했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그는 팔로 머리를 감쌌고 결국 팔이 부러졌다. 머리는 심하게 부어올랐고, 상체 온몸에 멍과 상처가 생겼다."

또 "시위에 참가한 시민들은 자신들의 의사를 강력하지만 전반적으로 평화적으로 표현했다"며 "그러나 이들이 마주한 것은 경찰의 과도한 무력행사였고, 이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무이코 조사관은 "조사기간 중 경찰이 무력를 과도하게 사용하는 장면들을 목격하고 증언을 확보했다"며 "한국 정부는 과도한 무력을 사용한 경찰의 책임을 물어 법치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고 기소된 시위자들에게 적법한 사법 절차를 제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자의적 구금 ▲시위대 및 시민단체에 대한 표적탄압 ▲잔인하고 비인도적이고 굴욕적인 처우 및 형벌 ▲구금시 의료 조치 미비 등을 대표적인 인권침해 사례로 들었다.

무이코 조사관은 ▲여러 인권침해 상황에 대한 즉각적이고 철저한 수사 ▲인권침해 가해자 처벌 ▲희생자들에 대한 구제책 마련 ▲징집 전의경의 시위현장 배치와 무력사용 기준에 대한 재검토 등을 한국 정부에 권고했다

국제엠네스티는 무이코 조사관의 조사 내용을 이날 영문 보도자료로 만들어 세계 각국에 동시에 배포해 한국의 인권상황을 전 지구촌에 알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