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수 총리 "독도 문제, 왈가왈부할 이유 없다"

조용하고 느슨한 대응?... 금강산 피격사건 관련, 대북사업 전면 재검토 시사

2008-07-20     석희열 기자

한승수 국무총리는 20일 일본 정부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관련해 "독도는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우리의 고유의 땅이니 왈가왈부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한 총리의 이러한 발언은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장기 전략적 대책 마련' 지시에 따른 것으로 일본의 독도 도발에 '느슨한 대응'으로 돌아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한 총리는 이날 오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회의에서 "(독도는) 실효적으로 우리가 영유하고 있기 때문에 독도 영유권·영토권에 대해서 이론의 여지가 없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일본 문부과학성이 자라나는 다음 세대들에게 역사의식을 주입하겠다는 왜곡된 의지를 노골적으로 표명한데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며 "이것은 당장의 한일 간의 선린우호 관계를 크게 해치는 일일 뿐만 아니라 넓게는 동북아에서의 평화를 해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이 독도를 국제분쟁지역으로 만들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냉철한 판단 하에서 장기적·전략적인 대응을 해야 할 것"이라며 "독도 문제는 온 국민의 문제이자 초당적인 문제인 만큼 국회에서 반드시 초당적으로 접근해주고 대처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 총리는 "정부는 이 문제를 국민과 더불어서 해결해 나가는 노력을 하려 하고 있다"며 "독도의 실효적인 지배를 더욱 강화하면서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근원적으로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를 위해 독도연구소를 만들고, 독도에 행정공무원을 파견하는 한편 해양과학기지를 세우고, 안용복 장군 기념관을 건립하기로 했다. 또 독도에 정주마을을 조성하고 우물을 파 식수 공급 시설을 만드는 등 유인화를 꾀할 계획이다.

정부의 이러한 입장에 대해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는 "고진감래"라는 말로 맞장구를 쳤고, 홍준표 원내대표는 "지난 이틀 동안 쇠고기 현안 질의에 총리가 기대 이상으로 대처를 잘 해주는 바람에 앞으로 남은 사흘 동안의 현안 질의에 대해서도 별 걱정이 없을 것 같다"고 화답했다.

한 총리는 또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과 관련해 사실상 대북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한 총리는 "평화통일을 원하는 민족의 여망이 이번 사건을 통해 짓밟힌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갖는다"며 "개성 관광을 포함해 교류협력 사업 전반에 모든 가능한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우선 진상을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책임의 소재를 분명히 하고 앞으로 다시는 재발되지 않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본다"며 "관광객의 완전한 안전 보장책이 마련될 때까지는 금강산 관광 재개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진상규명과는 별도로 금강산 관광 사업의 주체인 현대아산과 국민의 생명을 책임지는 정부가 국민의 안전을 돌보는데 소홀 하지 않았나 하는 점에 대해서도 분명히 짚고 넘어가겠다"며 "이미 어제부터 조사단을 구성해 조사에 들어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