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태 "대북특사 이야기 한 기억 없다"

이 대통령 거부로 리더십 타격... 한나라당 최고위서도 설왕설래

2008-07-24     석희열 기자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는 24일 대북특사 파견과 관련해 "그런 이야기를 한 기억이 없다"고 잡아뗐다. 자신의 제안이 이명박 대통령에 의해 사실상 거부된 데 따른 리더십 타격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보인다.

박 대표는 이날 오전 <K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대북특사 파견 건의와 관련해) 전혀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 언론 인터뷰에서 '대북특사 파견이 어떻냐'고 묻길래 '그것도 방법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그의 이 말이 사실이라면 차명진 한나라당 대변인이 거짓을 말한 것이 된다. 차 대변인은 23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 들러 분명히 박 대표가 대북특사 파견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도자료도 함께 뿌렸다.

"박희태 대표가 최근 꼬인 남북 관계를 풀어내고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에 대한 북측의 명백한 사과와 향후 조치를 받아내기 위해 한나라당에 계신 훌륭한 정치인을 대북특사로 파견하도록 대통령에게 건의할 예정이다." (23일 차명진 대변인의 국회 브리핑 내용)

박 대표는 '그럼 왜 이런 얘기가 나왔냐'고 묻자 "전혀, 전혀 그런 말 한 일이 없다. 그리고 대북특사 문제는 당에서 한 이야기가 아니라 어떤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한 이야기고, 그 쪽에서 묻기에 좋은 아이디어다, 이런 정도 동감을 표시한 것"이라고 거듭 손사래를 쳤다.

그는 언론 인터뷰 내용과 관련해 "지금 대북 관계가 막혀있지 않느냐. 그러니까 여러 가지 수단을 다해서 전방위적으로 이 불통 사태를 종식시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우리가 지금 그렇게 하고 있다,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기자가) '대북특사를 파견하는 게 어떻냐'고 물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그러면서 남북관계의 경색된 국면을 풀기 위해 대북특사 파견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시기와 관련해서는 "빠를수록 좋다"고 했다.

이번 대북특사 파견 해프닝으로 타격을 입은 한나라당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설왕설래가 있었다. 당청 간 엇박자에 대한 내부 비판도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윤상현 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 비공개 부분 브리핑을 통해 "당의 대북특사 문제 제기에 대한 청와대와의 사전 협의 부족을 계기로 대표최고위원과 청와대와의 주례회동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