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재개발 주민, 육탄전... 주민 2명 병원 후송

LH 직원들, 이재영 사장 면담하러온 주민들 제지... LH "별일 아니다?"

2013-06-18     석희열 기자·이성훈 기자

18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공사 직원과 민원 해결을 위해 공사를 방문한 재개발 주민들 간에 육탄전이 벌어졌다. 

집단 패싸움을 연상케 하는 이날 육박전에서 그러나 더 거칠고 억셀 것 같은 재개발 주민들이 다쳤다. 그만큼 공사 직원들이 안방에서 벌어진 이 싸움에서 인해전술로 상대를 제압한 것이다.

성남지역 재개발세입자 및 백현상가 상인 13명은 이날 LH 이재영 사장과 면담을 위해 성남 LH 본사를 방문했다.

이들은 입주 문제와 함께 생계 피해 보상 요구를 위해 이재영 사장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입자 및 상인 대표들은 지난 14일 LH 이재영 사장과의 면담을 요청한 상태라고 했다.

그러나 LH 쪽은 이들이 LH 본사를 방문, 이재영 사장과의 면담을 위해 1층 복도에서 승강기(엘리베이터) 쪽으로 접근하자 적극 제지했다. 이때부터 서로 뒤섞이면서 충돌이 빚어졌다.

성남주민연대에 따르면, 공사 쪽은 미리 대비한 듯 주민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대며 감시했으며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았다고 한다.

주민 몇 사람이 승강기를 타려고 하자 공사 직원 수십명이 떼로 달려들어 끌어내는 과정에서 백현상가 상인 1명이 뒤로 넘어져 바닥에 나뒹굴었다. 이 사람은 병원으로 실려가 깁스를 해야 하는 상처를 입었다. 다른 세입자와 상인들도 찰과상과 타박상 등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또 세입자 대표 1명은 LH의 완강한 제지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깨진 화분 위에 넘어져 다쳤다. 허리 부분의 살이 크게 찢어져 병원에서 30바늘을 꿰맸다고 한다.

주민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LH공사가 만행을 저질렀다고 규탄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재개발 세입자들과 백현상가 상인들은 "역시 LH다. 나쁜 놈들. 이제는 아주 막 가는구만" "LH 도대체 뭐하는 집단이냐. 혈세만 낭비하고 약자를 괴롭히는데 열을 올리고 있으니" "이제 폭행까지, 에라 그냥 다 죽여라" "가만 두지 말자. 생계 때문에 직장 다니느라 속만 삭이고 있는데, 확 직장 때려치고 다 부셔버리고 싶다" 등의 격한 반응을 보이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주민들은 이번 폭행 사태에 대해 LH 이재영 사장의 사죄를 요구했다. 특히 이날 폭행 사건에 가담한 직원들을 즉각 파면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재영 사장과의 면담을 거듭 촉구하며 "이재영 사장이 LH 본사에서의 만남을 거부하면 사는 집으로 찾아갈 것이고, 관리감독하는 국토부장관이 사는 집에도 찾아가서 항의할 것"이라고 엄중 경고했다.

10여 개 재개발 세입자 단체로 꾸려진 성남주민연대는 LH 본사에서 일어난 이날 폭행 사건에 대해 즉각 경찰에 고소했다.

그러나 LH 쪽은 이번 사건이 막무가내로 찾아온 세입자와 상인들이 원인을 제공했다며 큰 충돌은 없었다고 밝혔다.

LH 홍보실 관계자는 <데일리중앙>과 통화에서 이날 사건에 대해 "폭행은 아니고 주민들의 엘리베이터 진입을 막는 과정에서 한 사람이 넘어진 것"이라며 "몸싸움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허리에 큰 상처를 입은 주민에 대해서도 뛰어가다 화분 위에 넘어져 다친 것이라며 양쪽의 물리적인 충돌로 병원으로 후송된 게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날 이재영 사장과의 면담 일정도 주민들이 일방적으로 잡은 것이라고 했다. 이재영 사장은 만날 생각도 없는데 주민들이 막무가내로 찾아와 사장실 진입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통상 사장이 주민(민원인)들을 만날 때는 사장실이 아니라 민원실에서 만난다"며 "이날 주민들과의 면담 약속은 없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일부러 우리 직원들이 민원인들을 폭행하겠느냐"며 "이러한 전후 사정을 감안해달라"고 기자에게 이해를 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