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진선미, 사퇴... "검은 손으로 진실 가릴 수 없다"

김현, 울먹이며 사퇴 심경 밝혀... 진선미 "가장 큰 용맹은 옳고도 지는 것"

2013-07-17     석희열 기자

국정원 불법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특위 민주당 김현·진선미 의원이 특위 위원직에서 17일 전격 사퇴했다.

김·진  의원을 비롯한 국조특위 민주당 위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두 의원의 사퇴 결정 사실과 그 배경을 밝혔다.

국조특위 야당 간사인 정청래 의원은 "강력히 사퇴를 만류했지만 두 의원은 나라와 국민, 당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결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김현 의원은 떨리는 목소리로 준비한 회견문을 읽어내려 갔다. 때로는 감정이 복받치는 듯 울먹이며 눈믈을 흘리기도 해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김 의원은 "진실은 검은 손으로 가릴 수 없다"며 "국정원과 경찰의 불법정치개입 사건의 진실규명을 위해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줄기차게 제척 공세를 펼쳐온 새누리당을 향해 "진실도, 정의도, 국민의 뜻도 원하지 않았으며 저들은 오직 자신들의 안위와 추악한 권력만을 원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억울하도 분하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김 의원은 "독도는 우리땅이라고 외쳤다고 독도 수호대에서 빠지라는 저 억지에 억장이 무너진다"고 했다. 일본 극우파도 이러지는 못할 것이라고 새누리당의 부당한 제척 공세를 비판했다.

두 의원은 "더 이상 늦추는 것은 국정조사를 무산시키려는 새누리당의 의도에 말려드는 일일 뿐"이라며 사퇴 결단 배경을 설명했다.

진선미 의원은 "감히 그 경지를 넘보진 못하겠지만 너무나 엉뚱한 제척파동을 맞으면서 끊임없이 되뇌었던 문구가 있다"며 '용맹 가운데 가장 큰 용맹은 옳고도 지는 것이다'라는 성철 스님의 가르침을 소개했다. 현재의 심경을 이렇게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진 의원은 "국민 여러분 걱정하시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이 사건 국정원 대선개입에 관련된 관계자는 걱정해야 할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진실규명에 대한 의지와 의욕이 넘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새누리당이 떼쓰는 것을 사탕으로 달래주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라고 경고했다.

두 의원의 눈물겨운 사퇴 입장을 옆에서 지켜본 박영선 의원은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는 싯구절을 인용하며 "두 의원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제헌절 꽃이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또 신경민 의원은 "국정원 여직원 인권은 알뜰하게 챙기면서 두 동료 의원의 인권은 이렇게 짓밟을 수 있느냐"고 새누리당을 향해 쓴 소리를 날렸다. 그러면서 "원래 국조특위 민주당 위원은 8명인데 플러스 2 해서 10명으로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했다.

김현·진선미 두 의원의 사퇴 결심은 16일 밤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두 의원과 국조특위 야당 간사인 정청래 의원이 만나 사퇴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것이다.

정청래 의원이 강력하게 사퇴를 만류했지만 두 의원은 "더 이상의 국정조사 파행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나라와 국민, 당에 충성하겠다"며 결심을 굳혔다고 한다. 이후 정 의원은 김한길 대표와 전병헌 원내대표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진선미 의원은 "새누리당의 부당한 요구에 가열차게 대항하는 게 맞는지, 부당한 요구인 줄 알지만 그걸 털어내는 게 맞는지 고민이 많았다"고 말했다.

진 의원은 "처음엔 부당한 요구에 타협하는 게 맞는지 고민이 많았지만 우리는 잘못한 게 없고, -를 요구하는 저들에게 +2를 보여주자는 생각으로 결단하고 나니 오히려 흔쾌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김현 의원은 "있지도 않은 사실을 덮어씌우기 한 새누리당 의원들은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또 "새누리당은 이제 더 이상 시비꺼리도 없게 됐으니 국정조사에 잘 협조하라"고 했다.

김현·진선미 두 의원은 국조특위 위원직에서는 사퇴했지만 플러스(+)2로 특위 활동을 계속하게 된다. 김현 의원은 민주당 국조특위 대변인으로, 진선미 의원은 국조특위 지원단장으로 활동할 계획이다.

두 의원은 자신들의 사퇴 결정은 스르로 한 것이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당 지도부와의 갈등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정청래 의원도 "두 의원의 사퇴는 오로지 나라와 국민, 당을 위한 살신성인으로 결단한 것"이라며 "당 지도부도 특위에서도 사퇴의 '사'자도 꺼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두 의원의 특위 배제 논란이 일단락됨에 따라 국정원 국조는 일단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국조특위 새누리당 권성동 간사와 민주당 정청래 간사는 이날 오후 2시30분 국회에서 만나 기관보고, 증인 채택 등 일정을 논의할 예정이다.

정청래 간사는 "권성동 간사에게 우리는 다 준비가 됐으니 그쪽도 준비된 거 다 갖고 오라고 했다"며 "증인 명단을 오늘 서로 교환하는 걸로 속전속결로 일정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어느 누구도 국회 증언대를 피할 수 없다"며 이명박 전 대통령의 증인 채택을 강하게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