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기업 과징금 지나치게 깎아주기 '말썽'

담합 기업과 부적절한 유착(?)... 포스코강판·삼성전자 등 감액혜택

2013-09-01     석희열 기자

엄정한 법집행으로 공정거래질서를 확립해야 할 공정거래위원회가 박근혜 정부 들어 대기업 등에 부과된 과징금을 지나치게 깎아주고 있어 말썽을 빚고 있다.

1일 송호창 국회의원(의왕·과천)이 공정거래위가 올 상반기 117개 기업에 부과한 과징금을 검토한 결과 최초 9321억원이던 기본과징금이 최종 3072억원만 부과됐다. 67%를 공정위 재량권으로 깎아준 것이다.

이러한 감액율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연 평균 감액률과 비교해 가장 높은 수치이다.

또한 2013년 상반기 과징금이 부과된 117개 기업 중 75% 이상 감액은 35개(30%), 50% 이상 감액은 75개(64%) 등으로 감액된 경우가 110개(94%)에 이른다.

반면 변동이 없는 경우와 가중된 곳은 각각 2개(2%), 5개(4%)에 불과해 의결과정에서 과징금 깎아주기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액율이 높은 이유는 공정위가 기본과징금을 단계별로 감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임의적 조정단계에선 조사협력, 자진시정 등을 사유로 감경할 수 있으며, 최종 부과과징금 결정 단계에서도 시장경제 여건 등을 사유로 추가 감경할 수 있다. 문제는 공정위의 고시로 규정된 감액사유가 추상적이고 그 적용과정에서 지나치게 기업에 유리하게 해석되는 점이다.

올해 4월 공정위가 3606억원이었던 기본과징금을 최종 934억 원으로 74% 감액한 칼라강판 담합사건을 보면 이러한 문제가 압축적으로 드러난다. 공정위는 6개 업체가 2004년부터 7년 간 담합한 이 사건에 대해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로 판단했다.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일 경우 기본과징금의 부과기준율은 관련매출액의 7~10%인데 공정위는 철강산업의 구조적인 문제를 이유로 최저치인 7%만 적용했다고 한다.   

또한 공정위는 6개 중 5개 기업에 대해 임의적 조정단계에서 기본과징금을 조사협력 사유로 30%, 자진시정을 사유로 20% 각각 감경했다. 포스코강판은 가장 늦게 담합을 인정하는 등 조사협력에 소극적이었으나 조사협력을 사유로 20%, 자진시정 역시 가장 늦게 했지만 10% 감경받았다.

결국 가중사유까지 반영해도 임의적 조정단계에서 전체 과징금은 38%가 감액됐다.

이렇게 임의적 조정단계에서 38%나 감경된 이후에도 공정위는 최종 부과과징금을 산정함에 있어 현실적 부담능력과 시장에 미치는 효과 등을 사유로 또 깎아줬다. 부과 과징금은 임의적 조정과징금의 50%를 초과해 감액할 수 없음이 원칙이다.

그럼에도 이 사건에서 공정위는 불가피한 사유를 들어 임의적 조정과징금을 6개 업체 중 2곳은 70%, 2곳은 60% 감액하는 등 평균 58% 감액시켰다.

송호창 의원은 "공정위가 스스로 정한 고의 규정마저 기업 중심으로 해석하여 예외사유 인정을 남발하는 것은 경제검찰로서의 역할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칼라강판 담합사건 외에도 공정위 의결과정에서 기본과징금이 조정단계에서 대폭 감액되는 경우가 많다.

올해 의결된 또다른 철판 담합사건인 냉연강판 및 아연도강판 사건에서 기본과징금은 4765억원이었으나 부과과징금은 1579억원에 불과해 감액율이 67%나 됐다. 2012년 4대강 담합사건에서도 2193억원이던 기본과징금은 1115억원으로 49% 감액됐다.

또한 2009년부터 2013년 상반기까지 전체를 살펴봐도 75% 이상 감액이 345곳으로 전체의 30%가 넘으며, 50% 이상 감액이 742곳으로 67%에 이른다. 오히려 감액되지 않은 사건은 5%에 불과해 과징금 부과 기준과 적용에 대한 공정위의 재량권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의문이다.

재량권이 이렇게 크다 보면 공정위와 담합 기업 간 부적절한 유착관계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러한 부적절한 유착 공생관계에는 틀림없이 돈이나 불필요한 상납이 오갈 것이라는 게 국민 상식이다.

이에 대한 공정위의 해명과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

한편 과징금 감액은 리니언시 제도(담합 자진신고자 감면제도)와 결합하면 더욱 증가한다. 리니언시 제도는 공정위 조사에 협력하거나 담합 행위를 스스로 신고한 기업에 과징금 감면, 검찰고발 면제 등 혜택을 주는 제도다.

1순위로 자수하면 과징금을 100%, 2순위는 50% 깎아주며 1·2순위 모두 고발 대상에서 제외된다. 부과과징금은 자진신고 감면적용 이전에 부과된 금액으로 리니언시가 적용되면 실제 부과금액은 달라진다.
  
가령 2011년 TFT-LCD 담합사건에서 삼성전자는 기본과징금 1760억원에서 부과과징금 968억원으로 45% 감액받았다. 그러나 리니언시가 적용돼 삼성전자는 과징금 968억원 전액을 감면받았다.

이 과정에 돈이 오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여기는 국민이 몇이나 될까.

리니언시 제도는 적용기업이 비공개되기 때문에 실제 기업들에게 부과되는 과징금은 의결서에 나온 부과과징금보다 현저히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

송호창 의원은 "박근혜 정부가 경제민주화를 강조했던 2013년의 과징금 감액률이 오히려 높은 것은 공정거래질서 확립보다는 기업 중심의 법집행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또한 공정위의 과도한 과징금 감액은 무거운 과징금을 통해 담합행위 등을 사전에 근절하려는 애초의 법취지를 무색하게 만든다는 지적이다.

공정위의 과징금 깎아주기는 잦은 공정거래질서 위반을 가져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을 더한다. 실제로 2009년 이후 2013년 상반기까지 과징금 부과 사례를 보면 삼성전자 8회, 에스케이텔레콤 7회, 남양유업 5회 등 동일기업의 공정거래위반 행위가 반복된 사례가 많다.

송호창 의원은 과도한 과징금 감액에 대해 "박근혜 정부가 강조한 경제민주화의 실체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구호뿐인 법집행은 현장에서 전혀 피부로 느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크고, 결국 그 피해는 소비자들에게 돌아간다"며 "경제검찰인 공정위의 느슨한 법집행은 시장경제의 혼탁과 민생의 파탄을 가져온다"고 강조했다.

송 의원은 공정위가 국민을 위한 기관으로 거듭나도록 조직적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