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갑제, "중계야 응원이야" 언론 보도 태도 맹비판

"역전패한 것이 왜 '수모'이고 '굴욕'인가"... 박태환 금메달 중계 "고함만 질러" 지적

2008-08-23     석희열 기자

보수논객 조갑제 <월간조선> 기자는 23일 베이징올림픽에 대한 국내 언론의 보도 태도가 너무 감정적이고 저질이라고 맹비판했다.

조 기자는 이날 <조갑제닷컴>에 글을 올려 "일본 야구팀이 어제 우리한테 역전패하자 방송과 신문은 일제히 '굴욕'이란 말들을 일본을 향해 쏘았다"며 "역전패당한 것이 왜 '수모'이고 '굴욕'인가"라고 용어 선택에 신중하지 못한 언론을 강하게 나무랐다.

그는 "올림픽 정신은 승패를 초월하여 정직하고 아름다운 경기를 펼치는 것"이라며 "한국 언론의 용어 선택을 보면 올림픽 경기를 져선 안 되는 전쟁으로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고 일침을 놓았다.

그는 그러면서 "최선을 다해 경기했다가 지는 것이 '굴욕'이고 '망신'이라고 생각하는 기자가 쓰는 글에 정부가 영향을 받으면 정책이 산으로 올라 갈 것"이라는 경고를 덧붙였다.

또 "한국 언론은 올림픽에다가 과도한 승부욕과 감정적 민족주의를 적용시킨다"며 "'이기면 좋은 사람, 지면 나쁜 사람', '외국 팀은 져야 하고 우리 팀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일차원적인 감정 폭발 뒤에 남는 것은 허탈감일 것이다. 이기든 지든"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20일에도 그는 "올림픽 경기를 중계하는 한국의 중계자와 해설자는 대부분의 경우 중계를 하는지, 응원을 하는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며 "한국팀이나 선수를 감싸고 상대편을 깎아내리는 정도가 너무 심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박태환 선수의 수영 400m 자유형 결승 경기 중계와 관련해서는 "중계자와 해설자가 관중들과 함께 고함만 질렀다"고 꼬집었다.

"홈팀을 편들지 말라. 다른 중계에 귀를 기울이지 말라. 사견은 말하지 말라."

조 기자는 이날 미국의 전설적 스포츠 중계자 빈 스컬리(Vin Scully)를 소개하며, <CBS> 라디오 스포츠 국장 레드 바버가 그에게 평생의 좌우명이 될 만한 충고를 해 준 일화도 소개했다. 바버는 스컬리를 1950년 스포츠 중계자로 발탁한 인물이다.

조 기자는 "서양의 신사와 동양의 군자는 어려움에 처했을 때 비굴하지 않고 이겼을 때 오만하지 않는 교양인"이라며 "이기면 호들갑을 떨고, 지면 비명을 지르는 이들은 소인배"라고 후배 언론인들을 향해 충고를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