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대기업에 전기값 9조4300억원 특혜 할인

손실은 자회자 배당금으로 메꿔... 한수원·발전회사에 퇴직자 낙하산 억대 연봉

2013-10-25     석희열 기자

한국전력이 삼성과 현대, 포스코, SK 등 대기업에 지난 10년 동안 원가보다 싸게 전기를 공급한 금액이 9조4334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경영부실과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로 해마다 막대한 적자를 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5년 간의 한국전력의 당기손익액을 분석해 보면 2008년 –2조 9500억원, 2009년 –777억원, 2010년 –614억원, 2011년 –3조4200억원, 2012년 –3조850억원으로 지난 5년 간 발생한 적자 총액이 9조6000억원이나 된다.

한전은 이러한 부실경영과 대기업에 수조원의 전기요금 특혜 할인, 막대한 성과금 지급으로 발생한 손실을 메우기 위해 자회사로부터 엄청남 배당금을 챙겨온 것으로 밝혀졌다.

자회사인 5개발전사와 한수원으로부터 한전이 챙긴 배당금 규모(2007~2012년)는 2조8664억원으로 집계됐다. 부실경영에 따른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애꿎은 자회사들을 괴롭히고 있는 것이다. 결국 자회사들까지 재무건전성이 나빠질 수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2012년의 경우 5개발전사와 한수원은 총 8037억원의 순이익을 남겼는데 이중 52%인 4117억원을 배당금으로 한전에 지급했다. 한전의 손실을 메꾸는데 자회사들의 등골이 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5개 발전사와 한수원의 부채는 2007년 19조6000억원에서 2012년 43조4000억원으로 빚더미가 5년 새 2배 넘게 증가했다.

이러고도 한전은 지난 5년 해마다 성과급 잔치를 벌여온 것으로 드러나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한전 임직원들이 챙긴 성과급은 무려 1조6425억원에 이른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한전은 이들 5개 발전사와 한수원에 낙하산으로 퇴직 임원들을 재취업시켜 억대의 연봉을 챙기게 했다. 동서발전, 서부발전, 남동발전의 5명의 사장을 포함해 총 18명을 사장 및 임원으로 재취업시켰는데 이들의 연봉 및 성과급은 연 평균 1억7000여 만원이나 된다.

국회 산업위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25일 국회에서 진행된 한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러한 문제점을 강하게 지적하며 임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를 질타했다.

추 의원은 "한전의 막대한 배당금 챙기기와 퇴직임원의 낙하산 취업으로 인해 5개 발전사와 한수원의 재무건전성 악화는 물론 에너지 공기업으로서 국민을 위해 책임 있는 경영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추 의원은 "5개 발전사와 한수원이 에너지 공기업으로서 본분을 다하고 한전의 배당금 챙겨가기와 퇴직임원의 낙하산 은신처가 아닌 국민만을 위한 공기업으로 재탄생하기 위해서는 한전이 독점적으로 100% 소유하고 있는 5개 발전사와 한수원의 지분을 정부나 자회사들의 자기주식 소유 등을 통해 반드시 분산시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러한 국회의 지적에 대해 한전 조환익 사장은 산업용 전기요금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조 사장은 답변을 통해 "이제 더이상 산업계에 전기요금을 보조해주는 정책은 바뀌어야 한다"며 "정부에 이러한 입장을 전달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한전 홍보실 관계자는 <데일리중앙>과 통화에서 "한전이 대기업에 전기요금을 깎아줬다고 하는데 전기요금은 한전이 정하는 게 아니고 정책적으로 결정된 것"이라며 추 의원의 지적을 억울해 했다.

또 자회사에 대한 지나친 배당금 챙기기 지적에 대해 "2010년까지는 배당금이 순이익의 30%였는데 한전의 적자규모가 너무 커지고 원가 회수도 못하게 되자 배당금 비율이 올라간 것"이라며 "상황이 나아지면 배당금 비율을 낮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퇴직임원들의 자회사 낙하산 재취업 논란과 관련해 "자회사 임원은 공모를 통해 이뤄진다. 전문성이 가장 중요하게 작용한다. 따라서 낙하산이라는 표현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한전 퇴직임원들의 자회사 재취업은 한전에서의 경험과 전문성을 발전회사 경영에 반영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끝으로 '성과급 잔치' 비판에 대해 "성과급은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따라 지급되는 것이다. 공공기관은 이익만을 추구할 수 없기 때문에 적자를 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국민의 지적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앞으로 자구노력을 더 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