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역사교과서 개정 요구' 논란 확산

민노당 "하나회의 부활이자 역사 쿠데타"... 한나라당 "진지하게 돌아볼 문제"

2008-09-18     김주미 기자

국방부가 제주 4.3항쟁을 좌익 반란으로 규정하고 민주주의를 억압한 박정희-전두환 군사정권에 대해서는 미화하는 등 25개 항목의 역사교과서 내용을 고쳐줄 것을 교육부에 요구한 것과 관련해 정치권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야당은 묵과할 수 없는 심각한 역사 부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한나라당은 진지하게 한번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는 반응을 내놨다. 특히 민주당은 황당한 요구를 당장 철회하라고 국방부에 요구했다.

민주당 김유정 대변인은 "4.3항쟁은 지난 정부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정부수반으로서 사과를 했다. 관계기관과 4.3 관련 단체들이 숙의한 끝에 이루졌고, 국회 협의까지 거친 정부의 공식 사과였다"며 "정권이 바뀌었다고 이를 부인한다면 이는 국가의 연속성과 정체성을 부인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김 대변인은 "국방부는 역사의 시계바늘를 거꾸로 돌리고 사실마저 왜곡하려는 황당한 요구를 당장 철회하고 '국민과 함께 하는 튼튼한 국방'이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은 국방부의 교과서 개정 움직임에 대해 전두환 시절 악명을 떨쳤던 하나회의 부활이자 역사에 대한 쿠데타라고 원색 비난했다.

박승흡 대변인은 "'전두환을 친북좌파를 차단한 인물'로 미화하는 것은 군대 정훈교육에서나 있을 법한 발언"이라며 "상식을 뒤집는 이러한 시도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국방부는 역사 앞에 박정희, 전두환에 이어 세번째 쿠데타를 시도하려는 헛된 망상을 접고 국방의 의무에 전념하라"고 촉구했다.

창조한국당도 "국방부가 역사를 부정하며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 하고 있다"고 맹비판했다.

김지혜 부대변인은 "전두환 정부의 강압 정치와 이승만 정부의 독재 문구를 고치도록 요청한 것은 국방부가 권위주의 정권을 미화하고 이들 정권의 과오를 감싸안으려는 것"이라며 "국방부는 역사를 되돌리고 부정하려는 행태를 당장 그만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보신당은 "정권을 등에 업고 학습 교재까지 참견하는 국방부의 오만하고 반교육적인 태도에 어이가 없다"고 개탄했다.

이지안 부대변인은 "그토록 독재 미화와 친미 반공교육이 그립다면 아예 70년대 교련 수업을 부활시키든가. (그러지 못한다면) 제주도민의 상처를 덧나게 한 이명박 정부와 국방부 장관은 책임있는 해명을 하라"고 요구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국방부의 역사교과서 수정 요구에 대해 진지하게 돌아볼 문제라며 다소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윤상현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을 통해 "이러한 역사에 대한 평가는 너와 나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로 진지한 논의를 함께 해보고 결정할 문제"라고 짧게 논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