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법... '자본의 탐욕 위한 만능의 칼'로 휘둘려

'노동자 살인에 가까운 정리해고법의 개정' 언제까지 물타기(?)

2014-04-15     김나래 기자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말을 인용하며 그것이 대한민국 노동자들의 작금의 현실임을 외치는 소리가 있다.

최소 4년 이상의 긴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정리해고 노동자들이 그 주인공이다. 투쟁이라는 단어의 사용이 무색할만큼 그들은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며 하루하루 버티고 있다.

이에 민노총, 금속노조, 정리해고사업장 대표자회의 위원 및 정리해고 노동자들은 "자본의 탐욕위한 만능의 칼에 휘둘리고 있는 '정리해고법'의 개정"을 향해 다시 한번 힘차게 뛰어올랐다.

"정당한 이유 없이 잘리지 않고 일할 권리는 노동자에게 마땅히 보장돼야 할 권리이다. 그러나 지금의 '정리해고 제도'는 이 권리를 원천적으로 무색하게 만드는 제도."
 
'정리해고법'에 의해 무참히 잘려나가 기약없는 투쟁으로 연명하는 정리해고 노동자들이 15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날 이들이 모여 요청하는 것은 일부가 아닌 전체, 과거도 현재도 아닌 미래를 위한 진정성 있고 합리적인 개선안이다.

민주노총 이상진 부위원장은 "지난 대선을 기억한다. 그 때 너도나도 다툼하듯 정리해고 개선안을 내놓았다. 현장의 노동자들은 모두 만족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현실적 개선안이 실행되기만을 간절히 바랬다"고 무겁게 입을 열었다.

이 부위원장은 "그러나 '정리해고법 개선안' 물타기를 더 이상 묵도할 수 없다"며 "포레시아 대법원 판결까지 5년, 쌍용차 24명의 노동자 사망까지 죽음을 부르는 정리해고에 대해 이제 사회적 합의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자본의 손만을 들어주는 부당한 정리해고, 더 이상 노동자는 받아들일 없다"며 노동자 강력 투쟁을 예고했다.

이어 2646명의 노동자가 정리해고된 '세계 초유의 해고'라는 불명예의 꼬리표를 달고 있는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노동자들의 절규가 이어졌다.

금속노도 쌍용차 김득중 지부장은 "6년째 봄의 문턱을 넘고 있으나 쌍용차 노동자는 아직도 한겨울이다"라며 춥고도 살벌한 시간을 떠올렸다.

김 지부장은 "쌍용차 해고 노동자 가운데 24명의 동료와 가족이 죽음에 이르고, 가족과 개인의 경제와 가정의 파탄 이라는 총알을 맞고 있다"며 참담한 심경을 밝혔다.

그는 "47억에 가까운 손배액으로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의 현실은 고통이라는 말로도 감당 안되는 처참함 그 자체"라며 "대법원이 쌍용차 정리해고는 경영상의 이유가 아닌 불법, 부당적 해고임을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측은 자연스런 행보인 사죄와 복직 대신 법적 대응 준비라는 막다른 길을 향했다"라고 개탄했다.

이어 "지금의 정리해고법이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에게 부당하게 악용되고있는가, 환노위는 노동자를 소모품처럼 쓰다 마음대로 내다 버리는 자본을 위한 정리해고법을 신중히 바라보고 새로운 대안을 향한 개정과 심의를 미루지 말라"고 맹렬히 촉구했다.

"더 이상 해고 노동자들을 벼랑 끝으로, 죽음으로 내몰지 말아달라."

흥국생명의 정리해고 노동자는 "현재 금융권의 정리해고 광풍이 불고있다"며 "흥국생명 대주주 태광그룹 일가의 배불리기를 위해 악용된 부당한 정리해고"라며 강력 규탄했다.

그는 "정리해고의 회피를 위한 노력으로 흥국생명이 만든 아웃소싱은 그들의 자녀들과 부인을 위한 일감몰아주기에 바쁘다"고 주장 "랜드마크 땅을 매입해 빌딩을 짓기 위해 정리해고가 강행됐다는 주장도 있었고, 실제 빌딩이 들어섰다"며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해고 노동자는 "10년이 넘는 투쟁 가운데 이와 같은 주장들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우리 해고 노동자들은 법적 투쟁에 나섰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것이 고용률 70%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던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실천인가"라며 정부를 향해 외쳤다.

"노동자의 피눈물로 지어진 곡간에 사측은 넘쳐나는 돈을 쌓아놓고 있다."

이들과 함께 투쟁, 환노위를 향해 부당한 '정리해고법' 개정 심의를 강력 요청하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장하나 의원은 "해고는 살인이다 라는 말이 있다"고 선포했다.

장 의원은 "진정한 도산위기의 긴박한 상황이 아닌 노동자를 소품처럼 쓰다 버리는 자본을 위한 정리해고법을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라고 강력 촉구했다.
 
이어 "노동자와의 공존만이 살길이다"라며 "물타기 합의는 철저히 봉쇄하겠다"는 말로 환노위를 향해 정리해고법 개정을 절실히 요청했다.

풍산 마이크로텍 해고 노동자는 다시 한번 정리해고법의 폐부를 드러냈다.
그는 "최소한의 조치로서 사용되야할 정리해고가 너무나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다"며 "노동자들의 희생만을 강요하고 고통분담을 요구하며 회사는 몇년 후 흑자임에도 우리를 버렸다"고 밝혔다.
 
이어 "정리해고 대상자들은 대부분이 민주노총 노동자들 이었다"며 정리해고법의 뼈아픈 실상을 공개했다.

해고 노동자는 "4년 10개월이라는 고통의 터널을 지나 대법원에서 사측의 정리해고 부당 판결을 받았다. 우리는 4년 동안 집에서 제대로 잠을 자본 기억이 없을 만큼 힘겨운 시간을 통한 값진 판결"이라고 말했다.

정리해고 부당 판결이 사측에 통보됐음에도 불구하고 정리해고 노동자들은 회사에 돌아가지 못한다. 법의 권위도 무시하고 방치되어 있는 '자본의 탐욕을 위한 만능의 칼'이라 불리우는 정리해고법이 목적도 방향도 잃고 죄 없는 노동자 쳐내기에 악용되고 있다.

나에게 두 손이 있다면 한 손만을 관리하고 아끼는 사람이 세상에 존재할까? 한 손만을 편들어주기, 그것이 지금 대한민국 정리해고법의 자화상이다.

지금도 현장에서 피눈물을 흘리고있는 수많은 정리해고 노동자와 가족은 더 이상 죽음이 아닌 공존을 향해 마지막 한 손을 내밀며 환노위에 '실체적 정리해고법 개정 심의'을 거듭 요청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