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대희, 총리 후보직 사퇴... 엿새 만에 낙마

"대통령에게 부담줘 죄송... 평범한 시민으로"... 정치권, 평가 엇갈려

2014-05-28     주영은 기자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가 28일 전격 후보직을 사퇴했다. 국회 인사청문회 관문을 넘지 못하고 총리 후보로 지명한 지 엿새 만에 낙마한 것이다.

안 후보자는 이날 오후 서울 정부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여러모로 부족한 제가 더 이상 국무총리 후보로 남아있는 것은 현 정부에 부담이 될 뿐만 아니라 가족들과 저를 믿고 사건을 의뢰한 의뢰인이 더 이상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제게는 버겁다"며 후보직을 사퇴했다.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된 뒤 전관예우를 비롯한 여러 가지 논란에 휩싸인데 대해 "실망시켜 죄송하다"며 국민과 자신을 믿고 지명해준 대통령에게 사과했다.

그는 "준비하는 기간 동안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제가 공직에 있어서 전관예우를 받은 적이 없어서 전관예우를 받을 생각도 하지 않았고 전관예우라는 오해와 비난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행동 하나하나 조심했다"고 밝혔다.

또 "억울하거나 가난한 사람들을 늘 잊지 않았고 이들의 편에 서는 것도 잊지 않았다"고 했다.

안 후보자는 "이제는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평범한 한 시민으로 돌아가 조용히 지내려 한다"고 말했다.

또한 "제가 국민 여러분께 약속한 부분은 성실히 이행하도록 하겠다"며 11억원 사회 환원 등의 약속을 지킬 것임을 확인했다.

안 후보자의 낙마는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 김용준 전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의 총리후보직 사퇴에 이어 두번째다.

앞서 안 후보자는 지난 22일 세월호 참사 대응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 뜻을 밝힌 정홍원 국무총리 후임으로 지명됐다.

안 후보자는 그러나 대법관 퇴직 후 지난해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해 5개월 만에 16억원의 수입을 챙긴 것으로 드러나면서 '전관예우' 논란에 휩싸여 야당으로부터 거센 사퇴압박을 받아왔다.

여야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렸다.

새정치연합은 "그 동안 전관예우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온 안대희 후보자가 스스로 거취를 결단한 것에 대해서 평가한다"면서도 전관예우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안 후보자를 지명한 것 자체가 부적절한 인사라고 청와대를 겨냥했다.

박광온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안대희 후보자 낙마는) 국민을 위한 인사가 아닌 청와대를 위한 인사의 결말이다. 국가재난시스템의 붕괴에 이어서 청와대 인사검증시스템이 붕괴된 결과로 본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인사 추천과 검증을 책임지고 있는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 사태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요구했다.

안대희 총리후보자 인사청문위원인 김기식 의원은 "전관예우를 통한 거액의 사건 수임 등을 철저히 검증하지 못하고 이번 인사를 주도한 김기춘 비서실장 이하 청와대 인사라인은 이 결과에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은혜 원내대변인도 "청와대 참모진의 무능력과 무감각이 다시 확인됐다. 김기춘 비서실장이 물러나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며 김기춘 실장의 사퇴를 압박했다.

새누리당은 안 후보자의 자진 사퇴에 대해 매우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박대출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을 통해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그 길목에서 낙마한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는 취지로 논평했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6일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