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가을 간장게장

이병익(정치평론가, 시인(창조문학 등단))

2014-10-13     이병익 기자

오늘 간장게장을 먹다
2014년 10월 12일 일요일에 여의도에서
속살 뽀얀 알이 배인 게를 만나다.
이틀 전 쯤에는 서해바다의 바닥에서 기어 놀던 놈이
오늘 내 밥상의 축제에 간장에 젖어 올라와 주연이 되다.

서해바다의 전설을 가득품고
몇 년을 인내하며 친구들과 어울려 살아왔을 앞을 품은 게
어쩌다가 내 음식의 주연으로 올라 왔을까
내 여인의 속살처럼 하아얀 속살 드러내며
나를 유혹한다.

한 입 베어 물면 입안에 감도는 담백하고 고소한 맛에 반하고
알이 퍼진 간장에 밥 비벼서 한 숟가락 뜨면
어느 새 뚝딱 밥 한 그릇을 비운다.
내게 한 끼 식사의 기쁨을 주고 껍질을 남기고 사라지는
나의 사랑 꽃게여

가을에 먹는 꽃게 간장게장은 황홀한 맛을 남겨주며
내 곁을 떠난 여인처럼 그렇게 떠나갔다.
내 여인은 다시 만나지 못하지만 꽃게의 속살은 다시 만나리라
다음에는 또 어디서 서해바다의 꽃게를 만나게 될 지
이 가을이 가기 전에 설레임으로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