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민노당 점거, 국회법에 따라 처리할 것"

질서 유지권 발동 예고... 11~12일 예산안 처리 둘러싸고 물리적 충돌 우려

2008-12-10     주영은 기자

최근 새해 예산안 처리를 앞두고 민주노동당 지도부와 감정 대립을 벌이고 있는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가 10일 민노당을 향해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한국방송>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민경욱입니다'에 출연해 민노당이 전날 법사위원장실을 점거해 회의 진행을 실력 저지한 것과 관련해 "그것을 일상화시킨다면 국회법에 따라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민노당의 회의 진행 방해가) 한두 번은 소수 의견 표출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그것이 일상화되면 의회 정치의 근본을 뒤흔드는 것이기 때문에 국회법 절차에 따라서 처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노당이 다시 실력 행사에 나설 경우 국회 경위를 풀어 제압하겠다는 뜻으로 읽혀진다.

그러나 민노당은 종부세 등 예산안 관련 법안 심사를 위해 11일 오후 열릴 예정인 법사위 전체회의를 육탄 저지할 계획이어서 물리적인 충돌이 우려된다.

홍 원내대표는 종부세 감세안에 대해 '패륜적 법안' 등의 거친 표현을 써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는 민노당 강기갑 대표를 향해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조금 더 냉정하게 접근을 하라"며 감정섞인 충고를 던졌다.

두 사람의 감정 대립은 8, 9일 절정을 이뤘다.

8일 강 대표는 의원단을 이끌고 예산안 처리를 위한 3교섭단체 원내대표회담이 열리는 국회 운영위원장실을 기습 방문해 회담을 무력화시켰다. 그러자 뿔이 난 홍 원내대표는 민노당을 "깡패집단"이라고 공격했다. 이에 강 대표는 9일 "한나라당은 강도정당"이라고 맞받았다.

정부여당의 종부세 개편안을 두고 '부자 곳간을 채워주는 세법 개정'이라는 민노당의 주장에 대해 홍 원내대표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부자감세 법안이라고 주장하는 증여세, 상속세는 이미 보류를 했고, 종부세도 여야가 합의했다"고 반박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도 상임위원장실을 점거해 예산안 심의를 방해하고 있는 민노당에 강력한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어제까지는 정치적 행위로 자신들의 의사표시니까 용인을 해야겠지만 오늘부터 다시 폭력 점거 시위 사태가 벌어지게 되면 국회가 마비된다"며 "국회의장이나 해당 상임위원장들이 질서 유지권을 발동해서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