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예산안 강행 처리... 여야 밤새 대치

민주·민노당, 연좌농성·점거 시위... 범한나라당, 감세 법안 강행 처리

2008-12-13     석희열 기자·주영은 기자

새해 예산안 처리를 둘러싸고 여야가 밤새 대치했다. 한나라당, 자유선진당, 친박연대 등 이른바 '범한나라당'이 정부 예산안 강행 처리 수순에 들어가자, 민주당과 민노당이 농성과 몸싸움을 벌이면서 강력 반발했다.

여야는 12일 국회 예결특위 간사 접촉을 계속하며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담을 4차례나 갖는 등 예산안 처리를 위해 하루종일 마라톤 교섭을 벌였다. 그러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에 대한 서로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협상 타결에 실패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선진과창조의모임 등 3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은 오후 9시에 재개된 협상이 결렬되자 협상 중단을 선언하고 밤 10시 이후 본격적인 여야 대치 국면에 들어갔다.

밤 11시.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가 곽정숙, 권영길, 이정희, 홍희덕 의원 등 의원단을 이끌고 국회 본회의장으로 들어갔다. 이들은 곧장 의장석으로 올라가 김형오 국회의장을 둘러싸고 침묵시위를 벌였다. 그러자 한나라당 의원 20여 명이 뛰쳐 나와 민노당 의원들을 단상 밑으로 끌어내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이정희 의원은 "이것이 국민을 위한 정치냐"며 거세게 항의했다. 바닥에 드러누워 울부짖으며 격렬하게 저항했다. 그의 신발은 의사당에서 아무렇게나 나뒹굴었다. 한나라당 여성 의원 서너명은 그를 뒤에서 안고 앞에서 팔을 잡아 끌어 회의장 바닥에 내려 놓았다.

의장석에서 밀려난 민노당 의원들은 다시 발언대를 점거했다. '재벌, 특권층 위한 감세법안 반대' '서민말살 야합 예산 반대'라고 적힌 손 팻말 등을 들고 현수막 시위를 벌였다. 이런 가운데 본회의가 개회됐고, 민노당 의원들은 회의 진행을 결사적으로 막아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민노당 의원들이 강제 퇴장하자 종부세법 개정안과 소득세법 개정안 등 13개 감세 법안을 직권상정해 속전속결로 처리했다. 민주당은 본회의에 불참했다. 일반 법률안과 동의안 등 34건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교육세와 농어촌특별세, 교통에너지환경세 등의 3개 폐지 법안은 상정되지 않았다.

민주당은 이날 밤 국회 예결특위 회의장 앞에서 국회의원과 당직자 등 2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연좌 농성을 벌이며 한나라당의 예산안 강행 처리 시도를 규탄했다. 이들은 "서민예산 증액" "형님예산 철회'를 외쳤다.

원혜영 원내대표는 "이번 예산안 협상은 대화는 없었고, 군사작전과 사기전술만 있었다"고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를 맹렬히 비난했다. 의원들은 또 "12.12 예산 쿠데타 획책하는 한나라당을 규탄한다"고 소리쳤다. 민주당은 그러나 '범한나라당'의 예산 관련 법안 처리를 몸으로 막지는 않았다.

여야 협상 결렬에 따른 한나라당의 예산안 강행 처리로 정국이 빠르게 냉각되고 있다. 금산분리 완화 등 정부여당이 제출한 쟁점 법안 처리를 둘러싸고 남은 임시국회 내내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