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국회 본회의장 기습 점거... 54명 농성 시작

쟁점법안 직권상정 원천봉쇄... 한나라당 "국회 존재 부정 불법 행위" 맹비난

2008-12-26     석희열 기자·이성훈 기자

민주당이 26일 국회본회의장을 기습 점거, 29~30일로 예고된 한나라당의 쟁점법안 직권상정을 원천봉쇄했다. 한나라당은 국회 존재를 부정한 불법 행위라며 철수를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8시45분께 국회의장실에서 의원총회를 마친 뒤 소속의원 54명이 본회의장 뒤쪽 비상계단 이윤성 국회부의장 맞은 편 문을 통해 진입했다. 앞서 일부 의원들이 출입문을 확보한 뒤 뒤이어 본대가 들어갔다.

조정식 원내대변인은 "한나라당이 일방적으로 대화 기간을 정해놓고 자신들은 전혀 태도 변화없이 올연말까지 MB악법을 강행처리하겠다고 한 이상 민주당은 MB악법 저지를 위해 배수진을 치고 이를 반드시 막아내겠다는 각오로 본회의장 농성에 들어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이날 본회의장 점거는 성탄절인 25일 전략기획회의에서 결정됐다. 이에 따라 신학용, 김재균 의원이 전날 미리 본회의장에 들어가 출입문을 확보했고, 두 의원은 본회의장 안에서 밤을 샌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의원들은 국회의장석과 발언대 주변에 삼삼오오 모여 농성을 하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 정문 유리창에 'MB악법 날치기 반대' '방송마저 재벌줄래?' '마스크 처벌법 안돼' 등이 적힌 종이를 붙이며 '결사 항전'의 채비를 갖추고 있다.

원혜영 원내대표는 성명을 통해 "국민을 억압하고 현재의 위기를 심화하는 MB악법의 무더기 상정을 온몸으로 막기 위해 우리에게 남아 있는 최후의 수단을 쓰고자 한다"며 "실패할지라도 결코 패배하지 않는 자랑스러운 민주의 길, 국민의 길을 당당하게 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국회 파행의 근원적 책임은 민주당의 일방적 대화 거부에 있다"며 "경비를 뚫고 불법적 방법으로 본회의장을 점거했다는 것은 국회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는 심각한 불법 행위"라고 비난했다.

한나라당이 제안한 성탄절 휴전일이 끝나자마자 민주당이 본격 '입법 전쟁'에 앞서 선제 공격(?)에 나섬으로써 여야의 대치가 한층 가파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민주당은 새해 예산안 날치기 처리 등에 대한 한나라당의 사과와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반대를 요구하며 지난 18일부터 국회의장실과 상임위를 점거, 농성을 벌여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