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전략적 후퇴... 로텐더홀 비우기로

긴급 의원총회서 결정... 남겨진 민노당 "불퇴전의 각오로 결사항전할 것"

2009-01-05     석희열 기자·주영은 기자

민주당이 4일 전략적 후퇴를 선택했다. 지난달 26일부터 'MB악법 결사저지'를 외치며 열흘 동안 점거 농성을 벌여온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을 비우기로 한 것. 김형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불가 입장 천명에 따른 반응이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이렇게 결정했다. 이번 임기국회 회기 내 한나라당이 요구한 85개 중점법안을 직권상정하지 않겠다는 국회의장의 약속을 국회 정상화를 위한 결단으로 높이 평가했다는 것이다. 

민주당, 민노당 남겨두고 종종걸음... 본회의장 농성도 해제?

조정식 원내대변인은 의총 직후 브리핑을 통해 "김형오 국회의장의 뜻을 존중하여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 농성을 해지하기로 결정한 것"이라며 "그 절차와 시기는 지도부에 위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5일 오전 0시를 기해 사실상 로텐더홀 농성장을 완전히 떠났다. 본회의장 농성 해제 여부는 여야 협상 추이를 지켜보며 추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의 이러한 결정에 대해 한나라당은 다행이라며 반겼지만, 민주노동당은 전략적 요충지를 내줄 수 없다며 로텐더홀을 불퇴전의 각오로 지키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은 "폭력 점거에 대한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 불법 폭력 점거를 해제하기로 시작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이라며 "민주당은 본회의장을 포함한 국회 전체의 폭력 점거를 하루빨리 풀어 법질서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노당 "상황 변화 없어... 불퇴전의 각오로 결사항전"

그러나 민주노동당은 "로텐더홀에서 물러나야 할 그 어떠한 명분도 상황 변화도 새롭게 일어나지 않았다"며 비타협 불퇴전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민노당은 이날 밤 성명을 내어 "MB악법을 철회하는 것이 대화를 위한 전제 조건이며, 재벌특혜법안, 이념법안 등 85개 악법을 폐기하는 것이 야당이 로텐더홀을 비우는 조건이 돼야 한다"며 "85개 법안에 대해 2월 임시국회에서 합의 처리를 하자는 원칙이 분명히 약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노당은 "MB악법 강행 처리에 맞서는 전선에 민주노동당이 있고, 로텐더홀을 사수하는 것이 MB악법의 날치기 처리를 만드는 제1선이 될 것"이라며 "민주노동당은 불퇴전의 각오로 이곳을 지키며 결사항전 할 것이다. 그리고 이길 것"이라고 다짐했다.

5일 새벽 0시30분 현재 민주당 농성단이 빠진 자리에 민주노동당 의원단과 보좌진, 당직자들만 남아 'MB악법 결사저지'를 위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