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용산 철거현장 강제 진압... 5명 사망 참사

경찰 특공대 투입-물대포 공격... 건물 옥상서 불길 치솟아 사상자 속출

2009-01-20     데일리중앙 기자·석희열 기자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서울 용산구 한강로 2가 재개발지역 5층 건물 옥상에서 '생존권 보장'을 외치며 이틀째 농성을 벌이던 철거민들을 경찰이 강제 진압하는 과정에서 5명이 숨지는 대참사가 벌어졌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20일 오전 6시께 건물 철거를 위해 경찰 특공대들이 투입됐다. 건물 외곽에서는 특공대를 엄호하며 경찰 살수차 3대가 건물 안으로 무차별 물대포를 쏘기 시작했다.

특히 특공대들은 수십미터 높이의 대형 기중기에 매달린 컨테이너 박스를 타고 참극이 벌어진 농성 현장에 접근했다. 철거민들을 상대로 사실상 대테러 작전을 펼친 것.  

경찰의 진압 작전이 시작되자 철거민들은 화염병 90여 개를 던지며 격렬히 저항했다. 경찰과 철거민들의 공방이 1시간 동안 이어지다 오전 7시께 갑자기 건물 옥상 위에서 '펑'하는 소리와 함께 불길이 터졌다. 순식간에 옥상은 시뻘건 화염에 휩싸였다.

이 과정에서 1명은 불길을 피하려다 옥상에서 밑으로 떨어져 숨졌고, 4명은 불에 타 목숨을 잃었다. 부상자도 수십명에 이르는 등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용산4구역 철거민대책위원회는 "경찰의 무리한 진압으로 5명이 죽었다"며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경찰이 인명 피해를 충분히 예상하고도 무리하게 작전을 펼쳤다는 것이다.

당시 건물 옥상에는 철거민 등 40여 명의 시민이 경찰과 대치하며 이틀째 생존권 투쟁을 벌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충돌 현장 주변에는 경찰 20개 중대 1700여 명의 병력이 배치돼 현장을 통제하고 있고, 건물 옥상에는 감식반원들이 올라가 추가 부상자 등을 확인하고 있다.

철거 현장에서 경찰의 강제 진압으로 5명이 목숨을 잃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짐에 따라 과잉진압 논란과 책임자 처벌 목소리가 거세게 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