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만여 명, 서울 도심 시가행진... 청와대 진출 시도

[현장]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집회... "박근혜 물러나라" 반정부 시위

2015-04-17     석희열 기자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박근혜는 물러가라!" "세월호를 인양하라!" "시행령을 폐기하라!" "진실을 밝혀내라!" "실종자를 찾아내라!"

16일 밤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5시간 넘게 벌어졌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주장하는 구호가 거침없이 등장했다.

이날 저녁 7시 서울광장에서 열린 4.16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제 '대통령령 즉각 폐기와 선체인양 공식 선포를 위한 4.16약속의 밤' 집회에는 수만명의 시민이 모였다.

수백개의 깃발이 나부끼는 가운데 시작된 추모제는 시종 장엄하고 비장하게 이어졌다. 중간중간 세월호 공식 추모곡 '잊지 않을께'가 흘러나오며 추모 열기를 더했다.

집회에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새정치연합 정청래 최고위원, 원혜영·신경민·우원식·진선미·박홍근 의원, 정의당 천호선 대표, 가수 김장훈·안치환·이승환·우리나라 등도 참석했다.

일부 유가족들은 대형 스크린에서 침몰하는 세월호 영상과  생존자의 증언이 흘러나오자 흐느끼기 시작했다. 몇 몇은 엉엉 소리내어 울기도 했다.

전명선 세월호가족협의회 위원장은 "우리 유가족들은 오늘 안산 합동분향소에서 국가의 답을 기다렸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우리를 피해 유가족도 실종자 가족도 없는 팽목항에 내려가 거기서 잠시 머물다 해외로 도피했다"고 규탄했다.

유가족들은 "이제는 가만 있지 않겠다. 끝까지 행동하겠다"며 "부끄러운 엄마 아빠가 되지 않도록 국민 여러분이 우리의 손을 외면하지 말고 함께 싸워달라"고 호소했다.

사회자가 "이 나라에 대통령이 있습니까"라고 하자 수만명이 한 목소리로 "없습니다"라고 화답하며 대회는 절정으로 치달았다.

대형 화면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얼굴이 나타나자 심한 야유가 터졌다.

"박근혜는 물러나라" "시행령을 폐기하라"

대통령 퇴진과 반정구 구호가 쉴새없이 등장했다.    

또 쓰레기 같은 시행령 갖다 버리고 똑바로 된 시행령 가져오라고 소리쳤다.

이날 오후 9박12일 일정의 남미 순방을 위해 콜롬비아로 출국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성토와 함께 규탄 발언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사람은 대통령이 아닙니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2학년 최아무개양의 언니는 "살려달라고 울고 있는 사람이 이렇게도 많은데 나라 밖의 일이 그렇게도 중요하냐"며 박 대통령의 출국을 비난했다.

"이 나라에 대통령이 있습니까, 이 나라에 정부가 있습니까"

박래군 4.16국민연대 공동대표는 출국한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해 "오늘 유족들 염장만 질러놓고 이렇게 울부짖는 국민을 버리고 해외로 도망간 사람은 대통령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다시는 이런 대통령이 이 땅에 발 붙이지 못하도록 끝까지 싸워야 한다"며 군중 심리를 자극했다.

대회가 시작될 무렵 3만여 명이던 집회 참가자는 저녁 8시30분을 지나면서 5만여 명(주최 쪽 6만5000명, 경찰 추산 1만여 명)으로 불어났다.

대회 주최 쪽은 밤 9시 12분 서울광장에서 대회를 마친 뒤 대통령이 없는 청와대로 가자며 시가행진을 시작했다.

최대 7만명으로 불어난 시위대는 광화문으로 청와대를 향해 나아갔다.

박근혜 퇴진을 외치며 거침없이 달려가던 시위대 앞을 경찰이 가로 막았다. 경찰은 동아일보 앞에 차벽을 치고 시위대의 전진을 봉쇄했다.

시위대와 경찰의 긴장된 대치가 이어지자 9시20분 남대문경찰서 경비과장이 시위대를 향해 미신고 불법집회라며 즉각 해산하라고 경고 방송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시위대는 "박근혜 믈러가라" "평화행진 보장하라"고 외쳤다.

경찰은 차벽 위에서 체증을 하며 현행범으로 체포될 수 있다고 쉼없이 경고했다.

경찰의 "즉시 해산하라" 경고 방송과 시위대의 "박근혜 물러가라" 구호가 맞서면서 긴장감은 금방이라도 터질듯 정점으로 치달았다.
 
폭발할 것 같은 긴장 속에 가수 김장훈씨가 마이크를 잡았다.

김장훈씨는 시위대에게 해산하라고 경고 방송하는 경찰을 향해 "입 닥치고 너희들부터 해산하라"고 방송했다.

그는 "국민 정서를 좀 알아라. 분위기 좀 파악하고 불법 장벽(차벽) 당장 치우라. 사고 나면 전부 정부 책임"이라고 경고했다.

대중가수의 기개 있는 발언에 시민들은 일체히 박수를 치고 환호했다. 일부 시민들은 차벽을 발로 차거나 주먹으로 쾅쾅쾅 내리치며 공격했다.

밤 9시35분, 철옹성 같은 차벽이 꿈쩍하지 않자 시위대는 방향을 청계광장으로 틀어 행진을 시작했다.

이후 시위대는 청계2가 장통교 앞과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경찰과 대치하며 잇따라 충돌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박근혜 정권 퇴진과 평화시위 보장하라고 외치며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는 경찰의 방패를 빼앗기도 했다.

경찰은 이날 청와대로 향하는 주요 길목마다 차벽을 치고 방패와 헬멧, 마스크로 무장한 수만명의 병력을 동원해 시위대의 청와대 진출을 막았다.

거친 몸싸움 끝에 10시16분께 청계2가의 차벽이 뚫렸다.

시위대는 일제히 환호를 지르며 종로2가에서 8차선 도로를 완전히 점거하고 광화문을 향해 행진했다. 오도가도 못하게 된 버스 승객들이 고개를 내밀어 손을 흔들며 시위대를 격려했다. 80년대 거리 시위 풍경이 재연되는 듯했다.

종로 YMCA 앞에서 차벽을 치고 기다리고 있던 경찰과 시위대가 10시21분 다시 격돌했다.

시위대는 차벽 위에 올라가 박근혜 정권을 규탄하고 폭력 경찰 물러가라고 소리치며 경찰과 맞섰다.

그러자 종로경찰서 경비과장이 나와 현행범으로 체포될 수 있다며 즉각 차벽에서 내려와 해산하라고 경고했다.

1시간 넘게 양쪽이 신경전을 벌이며 대치했다. 경찰이 최루액을 뿌리며 시위대와 간헐적으로 몸싸움을 벌이긴 했지만 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11시23분 시위대는 다시 방향을 틀어 종로2가에서 인사동으로 안국동으로 청와대가 있는 경복궁으로 향했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거리 행진이 이어지는 동안에는 세월호 주제가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가 쉼없이 흘러나왔다.   

시민들은 노래를 함께 따라 부르며 서로를 격려하며 청와대를 향해 걷고 또 걸었다.

밤 11시38분 안국동 입구에 이르자 경찰이 또 차벽을 치고 행진을 막았다.

시위대는 "박근혜는 퇴진하라" "세월호를 인양하라" "시행령을 폐기하라"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이런 반정부 정권 퇴진 구호를 줄기차게 외쳤다.

사회자는 "박근혜 정권은 무능하고 부패한 비리 정권"이라며 "온갖 악행을 저지르고 세월호 유가족을 능멸한 박근혜 정권은 물러나라"고 연설했다.

이들은 또 진실이 규명되고 책임자 처벌이 이뤄질 때까지 이 싸움을 끝낼 수 없다고 박근혜 정부에 경고했다.

이날 시위에는 교복을 입고 참가한 중고교생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또 서울대 등 서울지역 대학생 3000여 명이 학교 깃발을 들고 참가했다.

밤 12시를 넘기면서 시위대는 하나 둘 해산하기 시작했고 경찰 차벽은 17일 새벽 3시부터 철거되기 시작했다.

4.16국민연대는 오는 주말(18일) 서울광장에서 다시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오는 27일 귀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