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국회의원 수 90명 줄이자" 전격 제안

창당 1주년 내외신 기자회견... 의원 정수 210명(비례대표 100명) 안팎 유지

2009-01-29     김주미 기자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29일 "정치제도 개혁을 위해 국회의원 수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창당 1주년 내외신합동기자회견에서 "국회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통일 한국에 대비하기 위해서 지금보다 국회의원의 수를 30%정도 줄이고 그 구성 방법도 획기적으로 바꾸어야 한다"며 국회의원 30% 감축을 정치권에 제안했다.

299명인 현행 국회의원 정수를 210명 안팎으로 확 줄이자는 것이다. 이 경우 선거구도 현행 소선거구제에서 중대선거구제로 바뀔 것으로 보여 대대적인 정치 혁신이 불가피하다.

이 총재는 "전체 의원 수를 210명 내외로 하되 그 절반인 100명 정도는 비례대표로 하자"면서 "그 대신 비례대표가 돈을 주고 사고판다는 말을 듣지 않고 함량 미달자가 되지 않도록 사전에 엄격한 심사 체계를 갖추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친화적인 이러한 제안은 그러나 변화를 원하지 않는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기득권 정당의 반대에 부딪혀 현실적으로 실천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이 총재는 또 국회도 예산을 절감하고 국민의 고통 분담 대열에 동참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지금 온 국민이 경제 한파로 인해 겪고 있는 어려움을 국회가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먼저 국회의장부터 외유 기간과 횟수를 줄이고 자진해서 고통 분담에 동참하라고 요구했다. 형식적 평등주의로 골고루 혜택을 누려야 한다는 명분 하에 예산을 집행하는 관행도 일소할 것을 주장했다.

이 총재는 "국회 내의 온갖 연구회나 위원회에서도 알맹이가 없는 사치성 호화 외유를 일삼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며 "공식 일정보다 외유 일정이 더 많은 관행은 이제 그만 사라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미증유의 비상한 난국을 돌파하기 위해 임금 동결을 제안한다"며 대통령, 국회의원, 공무원, 공기업 임직원 등 모든 급여 수급자의 임금을 지난 연말 수준에서 묶자고 말했다.

이어 "지금 우리는 산업화시대와 민주화시대를 거쳐 선진화시대에 진입하기 위한 시대적 전환기에 서 있다"며 정치 개혁을 역설했다.

이 총재는 "이 중요하고도 역사적인 시기에 독재시대나 가능했던 개발연대식 리더십으로 뭐든지 밀어붙이기만 하면 된다는 방식은 더 이상 적합하지 않다"며 "이제는 설득과 통합의 리더십으로 온 국민의 마음과 에너지를 결집해 폭발적인 힘을 발휘해야 할 때"라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통합의 리더십을 주문했다.

민주당을 향해서도 전형적인 '3김식 리더십'에 얽매어 있다며 쓴소리를 던졌다. 특히 "용산 참사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등에 업고 문제 해결보다는 정치쟁점화 하기에만 급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직도 3김식 리더십에 사로 잡혀 민주주의만 내세우면 뭐든지 용납받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극단적 대결도 불사하는 정치의식으로는 이 나라를 결코 선진화 반열에 올려놓을 수 없다"며 "문제 해결보다는 대결과 투쟁의 방향으로만 몰고 가는 것은 야당으로서의 진정한 책임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총재는 이와 함께 내수 회복을 위한 세금 환급 및 쿠폰제 도입,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한 경제 개혁, 강소국연방제로의 국가 대개혁을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