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주승용, 정면충돌... "친노패권주의 청산해야"
문 "지역 민심 경청하겠다"... 주 "들러리 서는 최고위원 하지 않겠다" 지도부 사퇴 압박
4일 재보선 참패 후 처음으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대표와 주승용 최고위원이 선거 패배 책임론을 놓고 정면 충돌했다.
특히 주승용 최고위원은 선거 참패 후에도 책임지지 않는 문 대표에게 책임을 추궁하며 '친노 패권주의'라고 거칠게 공격했다. 문 대표가 호남 민심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들러리 서는 최고위원은 하지 않겠다며 각을 세웠다.
주 최고위원은 지난 2.8전당대회 최고위원 경선에서 1등으로 당선된 호남 유일의 최고위원이다.
먼저 문재인 대표는 "이번 재보선에서 국민들은 저와 우리 당에 아주 쓴 약을 주셨다. 아픔을 잊지 않고 겸손한 자세와 더 굳은 결의로 당을 제대로 혁신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총선 승리를 위한 전화위복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람 정책 당의 운영 방식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는 각오로 임하겠다"고 했다.
문 대표는 "유능한 경제정당으로의 길로 흔들림없이 과감하게 가겠다"면서 국민들 먹고사는 문제를 최우선으로 해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여의도에만 있지 않고 국민 속으로 현장 속으로 들어가겠다며 현장 정치를 역설했다.
지역 민심도 더 낮은 자세로 경청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끝내 이번 재보선 패배에 대한 사과나 책임을 지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곧바로 주승용 최고위원의 공세가 시작됐다.
주 최고위원은 "이번 4.29재보궐선거에서 우리 당은 무서운 국민의 심판을 받았다. 지도부 한 사람으로서 선거 패배에 대해서 무조건 잘못했다는 말씀 드린다. 용서를 구한다"며 문 대표와는 다른 행보를 보였다.
이어 선거 참패 후의 민심, 특히 호남 민심을 가감없이 전달했다. 이 과정에서 '친노 패권주의' 등 감정이 실린 표현을 써가며 문 대표의 신경을 건드렸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지난 주말 동안 지역에서 많은 분들 만났다. 이번 선거 참패는 여러가지 원인 있지만 그 중 친노패권정치에 대한 국민의 경고가 크게 작용했다. 호남지역에 친노에 대한 피로감이 만연해 있다"고 호남의 민심을 전했다.
문 대표를 향해 "그동안 우리 당에 친노가 없다고 했는데 과연 없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공천 문제를 지적했다. 경쟁력 떨어지는 후보 내세워 야권분열의 빌미를 제공했다며 문 대표를 향한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주 최고위원은 "선거 참패도 문제지만 다음날 선거 결과에 굴하지 않겠다는 대표의 발언에 대해 많은 국민이 실망했다고 한다"며 문 대표를 걸고 넘어졌다.
또한 '민심은 천심이다'라고 충고하며 "선거결과로 드러난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반성하고 책임져야 한다"며 문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 총사퇴를 거론했다.
주승용 최고위원의 모두발언을 듣고만 있던 문 대표는 이 대목에서 고통스럽게 눈을 감았다.
성남 호남의 민심을 추스릴 해법을 하루빨리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주 최고위원은 문 대표에게 ▷선거 결과에 대해 어떻게 책임지겠다는 것인지 국민앞에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선거결과 책임지고 우리 모두 물러나지 않겠다면 최소한 당의 패권 정치 청산하겠다는 약속과 구체적 실천 방안을 내놓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한 당 혁신을 위해 당내 책임있는 지도자와 대선 예비주자가 참여하는 정권교체 원탁회의를 제안했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재보선 참패에 대한 반성과 함께 현재의 당 위기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내년 총선도 2017년 정권교체도 문 대표의 대선 가도도 모두 불가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정청래·오영식·유승희·추미애 최고위원 등도 선거 패배에 대해 깊은 반성과 지도부로서 부끄러움을 느낀다고 했지만 사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전병헌 최고위원은 유구무언이라며 입을 닫았다.
이런 가운데 문 대표는 홀로 광주를 찾아 호남 민심 달래기에 나서기로 해 당내 분란은 더욱 격랑 속으로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