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산 편지 302] 다슬기
한상도(농부 작가)
2015-05-11 한상도 기자
어제는 모처럼 집에 온 아들을 데리고 잠시 산 밑의 남한강가로 나갔습니다. 오래전부터 벼려온 다슬기를 잡기 위해서였습니다.
물 속의 돌 위에 다닥다닥 붙은 다슬기. 겨우 한시간 정도 건졌는데도 봉지가 묵직했습니다. 쫄깃쫄깃한 맛이 일품인 민물조개는 보너스였습니다.
그렇게 건진 다슬기를 깨끗히 씻어 삶은 다음, 나무에서 꺾어온 가시로 하나하나 빼 먹었습니다.
바닷패류와 달리 담백한 맛에 쫄깃쫄깃한 식감, 거기에 간을 보호해 술꾼에게 좋다니 힘이 들고 감질맛도 나도 손을 놓지 못했습니다.
밤이 늦도록 얼마나 빼 먹었는지 지금도 입안에는 여운이 남아 있습니다. 어수리에 조팝차에 몸도 마음도 바쁘지만, 그래도 이따금 이런 망중한을 즐길 수 있다는 것. 이 또한 농촌에 사는 즐거움이 아닐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