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기 내정자 용산참사 21일 만에 낙마

"도의적 책임지고 자진 사퇴 결심"... 청와대 곧 사퇴 수리할 듯

2009-02-10     석희열 기자·이성훈 기자

6명의 목숨을 앗아간 용산 참사 이후 줄곧 사퇴 압력을 받아온 김석기 서울경찰청장(경찰청장 내정자)이 사건 발생 21일 만에 사퇴했다.

김 청장은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용산 철거 현장 화재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의 명복을 빈다"며 "용산 사고의 도의적 책임을 지고 경찰청장 내정자와 서울경찰청장 직에서 사퇴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김 청장은 "지난 용산 화재사고 이후 불법 폭력 행위에 대한 비난에 앞서 정당한 법 집행을 한 경찰에 대한 책임만을 강요하는 일각의 주장에 많은 고민을 거듭했다"며 "그러나 사상 초유의 경제 위기를 비롯한 국가적 현안이 산적한 시점에서 저 개인의 진퇴를 둘러싼 논쟁과 갈등이 확산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사퇴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를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 법과 원칙이 바로 선 국가로 만들고픈 일관된 '꿈'을 키워 왔다"면서 "경찰청장으로 내정된 뒤 온 몸을 던져서라도 그 꿈을 반드시 실현하겠다는 결의를 다져왔다"고 낙마에 따른 아쉬운 심경을 내보이기도 했다.

김 청장은 자신의 사퇴가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갈등을 해소하고 법과 원칙을 바로 세우는 새로운 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어제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로 용산 화재사고의 실체적 진실은 명백히 밝혀진 것으로 생각된다"며 "(용산 참사는) 극렬한 불법 폭력 행위에 대한 경찰의 정당한 공권력 행사 과정에서 발생한 예기치 못한 사고였다"고 말했다. 철거민들의 생존권 투쟁을 사실상 도심테러로 규정한 것이다.

그러면서 "경찰의 엄정한 법집행이 '강경'과 '과잉'으로 매도당하거나 논쟁거리가 되는 서글픈 현실은 빨리 극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사회적 정의 실현보다는 목전의 정치적 이익과 정략적 판단에 따라 여론몰이식으로 경찰을 비난하고, 불법 폭력의 심각성보다 경찰의 과오만을 들춰내는 비이성적 습성을 하루빨리 타파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청장은 사건 발생 직후부터 자진 사퇴를 고심해 왔으며, 이러한 뜻을 9일 저녁 청와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김 청장의 뜻을 받아들여 곧 후임자를 내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장 후보에는 조현오 경기경찰청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김 청장은 "(사퇴 결심은) 고위 공직자로서 순수한 개인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일부에서 제기된 청와대 사퇴 요구설을 공식 부인했다.

김 청장의 퇴임식은 12일 예정돼 있으며, 후임 서울경찰청장에는 주상용 대구경찰청장이 임명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