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여론조작 시인... 야당 "반인륜 지침" 맹공

청와대 "조사 결과 모 행정관 개인 행위로 확인"... 민주당 "해외 토픽감" 총공세

2009-02-13     주영은 기자·김주미 기자

청와대가 용산 참사의 여론 악화를 막기 위해 이른바 '강호순 사건'으로 불리는 군포 연쇄 살인사건을 적극 활용하도록 경찰청에 여론 조작을 지시했다는 민주당 김유정 의원의 폭로가 사실로 확인됐다.

청와대는 13일 "민주당 김유정 의원의 의혹 제기 이후 자체 경위 조사를 벌인 결과 온라인 홍보를 담당하는 국민소통비서관실 모 행정관이 개인적으로 경찰청 홍보담당관에게 이메일을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김 의원의 의혹 제기 이후 사흘 만에 사실 관계를 인정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비록 사신이긴 하지만 이런 이메일을 발송하는 것은 청와대 근무자로서 부적절한 행위라고 판단해 해당 행정관에게 구두경고 조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와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지침이나 공문을 경찰에 내려보낸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당은 청와대가 또다시 사건을 축소 은폐하려 한다며 용산 참사 특검 도입 등 총력 공세에 나섰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청와대가 이렇게 여론 조작해도 되는 것인지 참으로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 6명이 참혹하게 희생된 용산 참사를 덮기 위해서 또 대한민국 모두가 가슴 아파하는 연쇄살인 사건을 활용해라고 청와대가 지시했다. 해외 토픽감"이라고 맹비난했다.

조정식 원내대변인은 "청와대의 홍보 지침은 죽음을 죽음으로 덮으려는 반인륜적 지침이며,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국기문란 사건"이라며 "청와대는 여론 조작 지침을 누구의 지시에 의해 실행했는지 그리고 경찰청은 이 지침을 어느 선까지 보고해 실행에 옮겼는지 그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대변인은 "민주당은 정권 차원의 축소 은폐 시도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국회 운영위원회를 소집하여 청와대 비서실장 및 해당 수석 비서관, 여론 조작 지침을 실행에 옮긴 담당 행정관을 소환해 진상 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 부대변인은 "청와대가 윗선에 보고도 하지 않고 비서관과 상의도 하지 않고 행정관이 자기 멋대로 경찰청에 지시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 근무의 ABC도 없는 곳이냐"며 "국민을 바보 취급하는 뻔뻔한 해명으로 적당히 구렁이 담 넘어가듯 넘기려 들지 말고 제대로 해명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노동당은 "정권 안보를 위해 공적 여론까지 조작했다"며 이명박 정부를 독재정부라고 맹공격했다.

박승흡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청와대 행정관이 개인적 차원에서 국가적 현안인 용산 참사에 월권적으로 개입할 수 있을 정도로 청와대의 조직 기강이 무너졌다는 것이냐"며 "청와대 홍보 담당자가 경찰청에 업무 지시를 내릴 정도로 경찰 공권력이 허깨비인지 청와대는 분명히 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청와대는 이제라도 솔직하게 용산 학살의 파문을 군포 연쇄살인 사건으로 덮으려 했다고 이실직고하기 바란다"며 "아랫 사람 탓으로 사건을 대충 무마하려 들어서는 대통령의 리더십에 크나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