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고시공부 시절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다"

홈페이지 글 올려 지난 1년 귀향 생활 소회 밝혀... 온라인 활동 본격 재개할 듯

2009-02-22     석희열 기자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때가 언제였는가?' 이런 질문을 받고, 저는 '고시공부 하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이런 대답을 한 일이 몇 번 있었던 것 같습니다. 딱딱한 법률 책을, 읽고 또 읽는다는 것이 보통 힘든 일은 아니었습니다만, 책을 읽을 때마다 하나씩 새로운 이치를 깨우치고 아는 것을 더해 간다는 것이 참 기쁜 일이었습니다... 요즈음 다시 그 시절로 돌아온 느낌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2일 최근의 침묵을 깨고 온라인 활동을 재개할 뜻을 밝혔다. 지난해 12월 친형인 노건평씨 구속 사태 이후 두 달여 만이다.

노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인 '사람사는 세상'에 '자신에게 충실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제목의 글을 올려 독서 삼매경에 푹 빠진 최근의 근황을 전했다.

그는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때가 언제였는가?' 이런 질문을 받고, 저는 '고시 공부하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이런 대답을 한 일이 몇 번 있었던 것 같다"며 말을 꺼냈다.

그는 "비록 목표에 대한 기대와 집념이 단단하기는 했지만, 서른이 되도록 부모님에게 얹혀사는 살림살이에, 실낱같은 희망 하나를 바라보며, 아무런 놀이도 휴식도 없이 오로지 책상에서 책과 씨름하는 강행군을, 그것도 몇 년씩이나 계속한다는 것은 여간 고통스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라며 "그런데도 오랜 동안 그 시절을 행복했던 시절로 기억하는 것은 아마 그런 기쁨이 주는 충만함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자신의 청년 시절을 돌와봤다.

노 전 대통령은 "요즈음 다시 그 시절로 돌아온 느낌"이라며 "저를 둘러싼 요즈음의 여러 가지 상황이 마음을 편안하게 가질 수는 없는 형편이지만, 지난 12월 인사를 나가지 않기로 한 이후, 이런 저런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의문을 가졌던 여러 가지 일들에 관해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물론 책을 읽고 생각한다고 40년이 넘도록 풀지 못한 의문이 다 풀릴 리야 없을 것이지만, 끝내 알 수 없는 일은 알아내지 못하더라도, 알 수 있는 일을 알지 못하였거나 거꾸로 알고 있었던 것을 바로잡는 일은 얼마간이라도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이런 저런 책들을 읽고 있다"고 근황을 얘기했다.

노 전 대통령은 "책을 읽고 새롭게 알게 되거나 확인하게 되는 것들이 모두 제가 풀고 싶은 의문에 완전한 해답을 주는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이렇게 하는 동안 세상 이치를 깨우쳐 가는 기쁨이 있고, 자신에게 충실한 삶을 살고자 노력에 스스로 보람을 느낀다"고 독서의 즐거움을 전했다.

그러면서 "생각이 좀 정리가 되면, 근래 읽은 책 이야기, 직업 정치는 하지마라, 하더라도 대통령은 하지마라는 이야기, 인생에서 실패한 이야기, 이런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한다"고 향후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무슨 큰일을 도모하기 위해 이런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냥 인생을 정리하면서 자라나는 사람들과 삶의 경험을 나누고, 경험 중에서도 큰 자리를 성취한 사람의 실패와 좌절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화려한 성취의 이면에 있는 어두운 이야기가 큰 성취를 이루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노 전 대통령은 "앞으로 시간이 나는 대로 글을 올리겠지만 본시 재주가 모자라는데다가 허리가 좀 좋지 않아서 책을 읽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속도가 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사실 아직 글을 내놓을 사정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귀향 1년의 인사로 이 글을 올린다"고 양해를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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