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정동영 공천 담판 결렬... 갈등 증폭

입장차 확인한 채 등 돌려 '제갈길'... 당 원로·중진들의 중재가 막판 변수

2009-03-24     석희열 기자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4.29재보선 전주 덕진 출마 선언으로 촉발된 민주당 내홍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정세균 대표와 정 전 장관의 '공천 담판'이 무위로 끝났다.

두 사람은 24일 저녁 서울 마포의 한 음식점에서 단독 만찬회동을 갖고 정 전 장관의 재보선 출마 문제를 집중 논의했으나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한 채 헤어졌다.

정 대표는 이날 회동 직후 마포구 상수동 자택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다시 만나서 얘기를 더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인 만날 날짜는 잡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정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당 지도부와 정 전 장관 간의 공천 갈등이 새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당 내분 사태는 더욱 격렬해질 전망이다.

정 대표 쪽 강기정 의원과 정 전 장관 쪽 최규식 의원은 이날 밤 국회 브리핑을 통해 "(두 사람은) 경제 위기로 고통받는 중산층과 서민을 위해 민주당이 위로와 희망을 주는 수권정당, 대안정당으로 발전하는 것이 꼭 필요하고,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해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MB악법으로 상징되는 이명박 정권의 민주주의 후퇴, 남북관계 파탄과 국정 전반의 실정에 대해 강력한 제동을 걸고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은 그러나 이날 회동의 핵심의제인 정 전 장관의 전주 덕진 출마와 관련해서는 서로의 입장만 전달하는 선에서 평행선을 달렸다.

최규식 의원은 "두 사람은 4.29재보선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서로 입장을 충분히 말하고 들었다"며 "정동영 전 장관은 귀국과 출마의 진정성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고, 정세균 대표는 선당후사의 자세로 좋은 협력 방안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고 전했다.

특히 정 대표는 최고위원들의 의견을 전달했고, 정 전 의장은 당원과 지지자들의 의견을 지도부가 경청하고 존중해 줄 것을 요청해 두 사람 간 정면 대치를 예고했다.

한편 김원기 전 국회의장, 조세형 전 대표, 박상천 전 대표, 문희상 국회부의장 등 당의 원로·중진들이 두 사람 갈등을 적극 중재하기로 해 막판 변수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