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친이 비박계·유승민계 공천 학살
당 최고위, 유승민 운명 결정... 4년 전 공천 학살 앙갚음
서울 5선의 이재오 의원이 제거됐고 유승민 의원의 손발도 차례대로 잘려 나갔다. 이른바 '공천 학살'이다. 4년 전 당시 친이계가 주도한 친박 공천 학살이 재연된 것이다.
이번 공천 파문의 최대 뇌관이 될 유승민 의원에 대한 운명은 당 최고위원회로 넘어갔다. 최고위는 이날 오전 비공개회의를 통해 유 의원의 공천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 이한구 위원장은 15일 저녁 8시20분께 서울 여의도 당사 브리핑룸에 들어섰다.
이 위원장은 잠시 전방을 주시한 뒤 곧바로 준비한 7차 공천심사 결과(경선지역 및 단수우선추천 지역)를 발표했다. 경선지역 14곳, 단수 후보자 9명, 우선추천 지역 3곳이다.
예상대로 비박계 후보자들이 하나 둘 추풍 낙엽처럼 잘려 나갔다.
서울 5선의 친이 좌장 이재오 의원(서울 은평을)을 비롯해 '탈박' 진영 의원(서울 용산구), 안상수 의원(인천 중동·옹진·강화) 등이 공천에서 배제됐다.
이명박 정부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임태희 전 의원도 공천 칼을 맞았다. 임 전 의원은 성남 분당을에 공천 신청을 했지만 친박계 초선인 전하진 의원이 단수 공천됐다. 임태희 전 의원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전하진 의원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승규 전 의원(서울 마포갑)과 이범래 전 의원(성남 분당갑)도 공천 학살의 재물이 됐다. 이들 역시 친이 비박계로 통하는 인물들이다.
대구·경북 지역의 김희국(대구 중남구)·류성걸(대구 동구갑) 의원을 비롯해 수도권의 이종훈 의원(성남 분당갑), 경남의 조해진 의원(경남 밀양·창녕·함안·의령)의 이한구 위원장이 휘두를 공천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그 자리에는 모두 진박 후보가 단수 공천을 받거나 경선을 치르게 됐다.
공천 파동의 핵심 뇌관이 될 유승민 의원(대구 동구을)에 대한 운명은 당 최고위원회가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위원회의는 16일 오전 9시 국회에서 비공개로 열릴 예정이다.
반면 친박계는 대거 공천을 받는 등 약진했다.
새누리당의 심장부인 대구의 경우 유승민계인 류성걸 의원(동구갑)과 김희국 의원(중남구)을 솎아내고 그 자리에 진박 후보들을 배치했다. 동구갑엔 정종섭 전 행자부장관을 단수 공천했고 중남구는 곽상도 청와대 전 민정수석을 배영식 의원과 경선을 치르게 했다.
성남 분당갑에도 공천 배제된 이종훈 의원 자리에 친박계인 권혁세 전 금감원장을 단수 공천했다.
조해진 의원을 탈락시킨 밀양·창녕·함안·의령 선거구에도 친박계인 박상웅 당 중앙위 외교통상위원장을 배치, 엄용수 전 밀양시장, 조진래 전 의원과 경선하게 했다.
이밖에 대구 달성군에는 박근혜 정부에서 국무조정실장을 지낸 추경호 예비후보가 단수 공천을 받았고, 서울 마포갑에는 안대희 전 대법관이 사실상 공천을 확정했다.
물론 막말 파문을 일으킨 친박 핵심 윤상현 의원(인천 남구을)은 낙천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윤 의원을 '읍참마속'하고 껄꺼러운 비박계를 한꺼번에 도려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와중에 김무성 대표의 측근들은 살아 남았다.
서울 강서을에 출마한 김성태 의원과 경기 안성에 공천 신청한 김학용 의원은 모두 단수 공천을 받아 기사회생했다.
유승민 의원에 대한 생사여탈권을 쥔 당 최고위가 어떤 결정을 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고위 결정에 따라 공천 후폭풍의 강도가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비박 무소속 연대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