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상임위 전면 거부... 국회 또 파행

원혜영 "날치기 재발방지 약속하라"... 한나라당 "해도해도 너무한다"

2009-04-03     석희열 기자·김주미 기자

4월 임시국회 첫날 국토해양위에서 터진 한나라당 단독 토공-주공 통합법 처리 돌발 변수로 국회가 또다시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고질병이 도졌다"며 날치기 재발방지 약속이 전제되지 않으면 의사 일정에 협조할 수 없다는 강경 입장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더 이상의 양보는 의회정치의 죽음"이라며 배수진을 쳐놓고 단독 국회 운영 카드로 야당을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는 3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한나라당이 버릇처럼 또 날치기를 해서 첫날부터 파행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것은 버릇일 뿐만 아니라 국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은 높은 사람의 뜻에 맞추기 위한 의도된 도발"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을 겨냥한 공세다.

그는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이 없는 한 이후 정상적인 절차를 밟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김형오 국회의장과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에게 분명히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법안 심의 진행에 있어 야당을 일방적으로 무시하고 날치기하는 한나라당의 작태가 근절되지 않는 한 야당이 법안 심사에 협조할 수 없음을 방침으로 실행할 것"이라며 대여 압박 수위를 높였다.

서갑원 원내수석부대표도 "야당과 국회, 국민을 무시하는 한나라당의 고질적인 병이 도졌다고 생각한다"며 대여 공세에 가세했다. 그는 "한나라당은 숫자와 힘으로 밀어붙이면 된다는 작태에 대해 사과하고 (날치기한 법안을) 원상회복 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지원 의원도 "국토해양위에서 있었던 탈법 날치기 통과는 묵과할 수 없다"며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추경예산을 도와달라고 했는데 불행히도 우리는 눈 부릅뜨고 도와줄 수 없다는 것을 국민 앞에 밝힌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해볼테면 해보라'는 식으로 맞대응하고 있어 국회가 정상적으로 굴러가기는 힘들어 보인다. 당장 6일부터 시작되는 대정부질문부터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나라당 김정권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민주당이 18대 국회 1년을 생떼와 거부로 도배질을 하고 있다"면서 "더 이상의 양보는 의회정치의 죽음"이라며 강경 입장을 밝혔다.

김 대변인은 "국토위의 토주공 통합법안 처리가 도대체 뭐가, 어떻게 잘 못됐다는 거냐"며 민주당을 향해 날을 세웠다. 그는 "회의에 참석만 하면 민주당 의사를 반영해 상임위를 하루 연기하는 방안을 논의하자고 했는데도 끝내 회의장을 박차고 나간 사람들이 무슨 근거로 날치기 운운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대변인은 "더 이상 양보하는 것은 의회정치의 죽음이며 국회의 직무유기"라면서 "민주당이 끝내 의회정치를 외면하겠다면 한나라당은 국민과 함께 경제 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