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안 '여정', 한국현대판화가협회 공모전서 대상

사라져가는 것들에 새 생명 불어넣어... 낡고 오래된 숲을 통해 인생의 여정 그려내

2016-05-24     석희열 기자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오래된 것들에 대한 집착... 작가 성기안씨가 유년의 추억, 그리움을 작품에 녹여내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성 작가가 최근 드라이포인트를 통해 완성한 판화 '여정'이 바로 그것. 드라이포인트는 동판 위에 스크래치를 줘서(긁어서) 그리는 판화의 대표적인 오리지널 기법이다.

그는 이 작품에서 유년기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낡고 오래된 숲을 통해 인생의 여정을 그려냈다.

거칠지만 섬세한 기법으로 숲의 느낌을 군더더기 없이 살려냈다는 평가다.

성기안 작가의 '여정'은 이달 실시된 제36회 한국현대판화가협회 신인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다.

이번 공모전에는 총 83점의 작품이 출품돼 대상 1점, 우수상 1점, 이상욱상 1점, 특선 9점, 입선 23점이 뽑혔다.

대상은 성기안 작가의 '여정'이 차지했으며 우수상은 정진우 작가의 'MU-3-2', 이상욱상은 박재은 작가의 'Try Harder'가 각각 수상했다.

공모전 심사를 맡은 황용진(판화가) 서울과학기술대 조형예술학과 교수는 대상작인 '여정'에 대해 "드라이포인트의 섬세하면서도 라인과 버(burr)에서 만들어진 거친 톤이 전체적으론 풍부한 숲의 느낌을 살아나게 하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특히 깊이 있는 자신의 세계를 독특하면서도 능숙한 판화 기법으로 표현해 내면서 최우수 작품으로 뽑혔다고 대상 선정 이유를 밝혔다.

성기안 작가의 작품 '여정'에는 오래된 옛 풍경에 대한 그리움, 추억, 정겨움 이런 것들이 켜켜이 묻어 있다. 이는 결국 유년의 기억과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기도 하다.

성 작가는 <데일리중앙>과 통화에서 "세월에 걸쳐 생긴 자연스러움, 인위적으로 만들어 낼 수 없는 시간이 지어낸 풍경들. 나는 자연과 함께 유년기 시절을 보냈다. 뛰어놀던 그 자리엔 흔적만이 남아 있고 정겨움과 그리움이 묻어 있다. 내 어머니의 모습도 어릴 때 같이 놀던 친구들의 추억도 서려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낡고 오래된 것에 애착을 갖는다고 했다.

낡고 바래고 생명을 다하는 것, 그것은 우리네 인생의 '여정'과도 같다고 정의했다. 작가로서 그것들을 자신의 시각으로 면밀히 파헤쳐 보고 싶었던 거겠지.

성 작가는 작가노트에서 "소실되는 것에 새로이 생명을 불어넣어 작가의 시각으로 재해석하고 작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 이것이 작가의 일이 아닐까"라고 적었다.

올해 한국현대판화가협회 신인공모전 당선작은 새달 8일부터 12일까지 닷새 간 서울 종로구 시립미술관 경희궁분관에서 일반에 전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