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민주당 탈당-무소속 출마 선언

"잠시 민주당 옷 벗지만 반드시 돌아오겠다"... 재선거 승리 후 복당

2009-04-10     김주미 기자

오는 29일 치러지는 전주 덕진 국회의원 재선거 출마를 둘러싸고 민주당 지도부와 대립해 온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10일 최종 승부수를 띄웠다.

정 전 장관은 일반의 예상대로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잠시 민주당의 옷을 벗겠다"며 민주당을 탈당했다. 그러나 "반드시 다시 돌아와 민주당을 살려내겠다"고 말해 재보선 후 복당할 뜻을 분명히 했다.

국내 정치 복귀 첫 무대가 되고 있는 4.29 재보선에서 싸워 이기고 돌아와 민주당을 개혁하겠다는 것이다. 이 말의 속내는 자신을 낙천한 정세균 대표 등 현 지도부를 겨냥한 것으로 읽혀진다.

그는 "'백지장도 맞들면 가볍다'고, 함께 가자고 손을 내밀었는데, 내민 손을 뿌리칠 줄은 몰랐다"며 "그렇지만 설마가 현실이 되고 말았다"고 당 지도부에 대한 서운함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정 전 장관은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많은 당원과 지지자들은 원내에 들어가서 힘을 보태라고 성원해 줬다"며 "그러나 지도부는 당원과 지지자들의 뜻을 거스르는 결정을 내렸다"고 자신에 대한 당 지도부의 공천 배제 결정을 비난했다.

이어 "시기마다 제각기 당의 이름은 달랐지만, 저의 정치 인생 13년은 온전히 민주당원으로서의 삶이었다"며 "그러나 지금 저는 옷을 벗고 바람부는 벌판에 나앉은 심정이다. 홀로 바람을 마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복잡한 심경을 고백했다.

그는 불가의 '회자정리'라는 말을 인용하며 "만나면 헤어지는 이치와 같이 헤어지면 반드시 만나게 된다"면서 "잠시 민주당의 옷을 벗지만, 다시 함께 할 것"이라며 선거에서 이겨 살아 돌아오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기자 회견 내내 침통한 표정으로, 이따금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던 정 전 대표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곧바로 당사를 떠났다.

정 전 장관은 이로써 창당 주역으로 참여해 대주주로 있던 열린우리당의 후신이자 자신을 대선 후보로 키워준 민주당을 떠나 1996년 정계 입문 후 13년 만에 혈혈단신이 됐다.

이에 따라 전주 덕진 재보선은 정 전 장관과 민주당 후보로 확정된 김근식 경남대 교수 간 대결 구도로 치러질 전망이다. 당내 갈등 사태는 정점으로 치닫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세균 대표는 이날 오전 자신의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정 전 장관의 자제를 요청했지만 이미 시위를 떠난 정 전 장관의 탈당 행보를 막지는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