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의 외주화, 비정규직 노동자 또 열차에 치어 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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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의 외주화, 비정규직 노동자 또 열차에 치어 숨져
  • 석희열 기자
  • 승인 2016.09.13 1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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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역 근처 선로다지기 작업 중 참사... 코레일 "작업승인 시간보다 앞서 진입해 사고"
▲ 13일 새벽 김천역 주변에서 야간 선로 보수작업을 하던 노동자들이 열차를 피하지 못해 2명이 목숨을 잃고 2명이 크게 다치는 사고가 일어났다. 일부에서는 위험의 외주화가 부른 참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한국철도시설공단)
ⓒ 데일리중앙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자연재해보다 더 끔찍한 비정규직 참사가 또 일어났다.

경주 지진으로 온 국민이 놀라움과 공포에 떨고 있을 때 다른 한편에선 하청업체 노동자가 안타깝게도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한 것. 13일 새벽 김천역 주변에서 야간 선로 보수작업을 하던 노동자들이 열차를 피하지 못해 2명이 목숨을 잃고 2명이 크게 다쳤다.

지진으로 인한 열차의 연착을 사전에 전달받지 못해 일어난 인재로 보인다. 얼마 전 서울 구의역 스크린도어 안전 사고로 19살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의 생명을 앗아간 데 이은 사고사다.

더 정밀 조사를 통해 밝혀야 하겠지만 원청인 철도공사는 업무만 외주화하는 게 아니라 '안전사고'까지 외주화하고 있다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선로 보수작업 등 정규직 업무를 외주화해 '위험'과 '안전사고'까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민중연합당 정수연 대변인은 논평을 내어 "정규직이었으면 당연히 고지돼야 할 '안전사고' 고지가 비정규직 하청업체 노동자들에게 원활하게 전달될 리 만무하다"며 "신호체계만 원활히 고지되고 확인되는 절차만 코레일이 지켰어도 이러한 참사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개탄했다. 

우리나라의 한 해 평균 산재사망자 수는 이라크 전쟁 당시 미군의 한 해 평균 사망자 수 450명의 4배가 넘는 1929명에 이르고 있다. 하루 평균 5.2명이 산재로 죽는다는 얘기다.

전쟁터보다 더 위험한 곳이 우리나라 하청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의 일터라는 것을 상징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 하청노동자들은 왜 늘 해롭고 위험한 작업, 격심한 노동 강도에 내몰려야 하는지 묻고 있다. 이들이 한가위 연휴에도 '안전사고'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는 현실이 서글프다.

정수연 대변인은 "코레일(철도공사)은 이번 사고에 면피하려 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코레일은 지금이라도 공식 사죄와 함께 장례와 보상 문제 등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더 나아가 재발 방지를 위해 외주화 중단 등 종합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철도공사 쪽은 작업 예정시간 이전에 작업자들이 선로에 들어가 일어난 사고라고 해명했다.

철도공사 관계자는 <데일리중앙>과 통화에서 "선로 유지·보수 작업은 기차가 다니지 않는 심야 시간에 늘 하는 일"이라며 "그런데 오늘 새벽에는 작업자가 작업승인 시간 이전에 들어가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작업승인 오더에는 13일 새벽 1시부터 4시30분까지 김천~구미역 근처 구간에서 선로다지기를 하라고 돼 있는데 작업자가 그 전에 선로에 들어갔다는 것. 사고 발생 추정시간은 새벽 1시 이전인 0시47분.

이 관계자는 "그 분들이 왜 작업승인 시간보다 앞서 선로에 들어갔는지는 정확한 조사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새벽 1시 이전에 선로에 진입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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