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없는 노동절(사이보그 실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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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없는 노동절(사이보그 실업자)
  • 송재영 기자
  • 승인 2009.05.0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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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송재영 민주노동당 민생희망운동본부 본부장

우리나라 실업자는 사이보그다. 직업은 없는데 굶어 죽진 않는다. 돈은 못 벌어도 인간 가족들이 육체 기계 부품에 윤활유는 대준다. 그래서 실업자 취급 못 받는 가짜 실업자다.

우리나라 실업자는 기계인간이다. 자신만 쪼들리면 되고 가족은 알아서 산다. 숙식을 안 하거나, 가족들과 격리되던가, 아니면 '용돈 복지'(?)로 살긴 산다. 혼자 황야를 떠돌고 스스로 고립되며 부양의욕을 포기당한다. 그러나 노는 게 죄가 되어 운명을 파탄시킨 정치와 위정자엔 철저히 무관심하다.

정부가 말하는 실업자는 100만 인간실업자와 260만 사이보그 실업자다. '그냥 쉬는' 180만 사이보그는 멍하니 하늘보고 도 닦는 실업자들이다. '취업준비' 60만 사이보그는 취업재수가 많아 10년 도서관 붙박이 실업자들이다. '구직단념' 20만 사이보그는 기계취급조차 안 해주는 버림받은 영구 백수들이다.

그런데 '그냥 쉬는' 것이나 '장기취업준비'나 '구직단념' 실업자 모두 일거리는 전혀 저주하지 않는다. 멍한 사이보그 실업자가 인간 노동자로 혁명적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아마 일거리가 있으면 '그냥 막 일하고', '준비된 취업자'가 되고, '구직집중'으로 졸지에 바뀔 사람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실업자는 뇌만 인간인 사이보그다. 뇌는 인간이라 노동을 시작하면 사랑을 하고 가족을 그리며 미래를 꿈꾼다.

지배자들이 무서워하는 것은 미래를 꿈꾸는 인간이다. 인간의 꿈은 정의롭고 아름답다. 물렁물렁, 폭신폭신하면서도 지배자에겐 한없이 무섭기 때문이다. 그래서 권력은 노동을 박탈당해 미래를 꿈꾸지 못하는 기계인간 실업자를 만들었다. 그냥 쉬고, 장기 취업공부 재수, 영구 백수라는 사이보그 실업자를 생산한다.

송재영 기자 webmaster@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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