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요양시설은 환자 장기 수용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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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요양시설은 환자 장기 수용소?
  • 주영은 기자
  • 승인 2007.10.29 0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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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가 5년 이상 장기 입원환자... 정확한 실태조사 절실
▲ 정신요양시설에 입원하고 있는 환자들이 사실상 수년에서 수십년씩 감금된 채 강제수용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 데일리중앙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들이 입원하고 있는 정신요양시설의 인권 침해 논란이 뜨겁다. 정신요양시설 입원 환자 10명 가운데 6명이 5년 이상 장기입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 안명옥(한나라당) 의원이 29일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전국 25개 정신요양시설 입소자 재원기간'을 분석한 결과 이렇게 밝혀졌다.

자료에 따르면, 2007년 9월 현재 25개 정신요양시설에 입원하고 있는 환자 5526명 가운데 5년 이상 장기 입원 환자가 3315명(60%)이나 됐다. 5~9년 장기 환자가 1007명(18.2%), 10~19년 1225명(22.1%)이었다. 20년 이상 입원자가 1083명, 30년 이상 150명, 심지어 40년 이상 입원 환자도 5명(0.1%)이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정신요양시설에 한 번 입원하게 되면 쉽게 퇴원하지 못하고 사실상 감금된 채 장기간 강제수용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정신요양시설에 장기입원자가 많은 것은 가족들이 정신질환 환자를 요양원에 입원시킨 뒤 주소를 옮기거나 연락을 끊는 등 일부러 보살핌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경우 유료 입소자는 강제퇴소조치 되지 않고 의료수급자로 자격이 바뀌어 요양시설에 계속 남게 된다. 이 때문에 정신요양시설 입원 환자의 약 84%가 의료수급권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의료수급환자에게는 정부가 1인당 420만원씩 입원비를 지급하게 되고 올해 들어서만 이들에게 지급된 비용이 365억원에 이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가족이 입원 환자에 대한 부양 의무를 포기하고 요양시실에 사실상 방치하더라도 환자가 퇴원하거나 요양시설에서 강제로 퇴소될 가능성이 매우 낮을 수밖에 없다.

한편 2004~2006년 사이 정신요양시설 입원 환자 가운데 모두 218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질환자들이 해마다 평균 73명 꼴로 보호자의 손길이 닿지 않는 '감옥 같은 수용소'에서 죽어나고 있는 것이다.

사망원인으로는 패혈증  및 패혈성 쇼크로 인한 사망이 35명, 심기능부전 25명, 호흡부전 21명, 심폐정지 19명, 폐렴 17명, 기타 101명 등이었다.

안명옥 의원은 "정신요양시설에 장기 입원환자가 이토록 많다는 것은 시설의 본래 운영취지에 맞지 않는다"면서 "정신보건시설에서의 인권 침해가 사회적 논란으로 떠오른 만큼, 장기입원자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와 이들의 인권보호를 위한 안전장치를 하루빨리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영은 기자 chesil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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