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새끼 군대 보내버려"... 군 대체복무요원에 대한 갑질 극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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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새끼 군대 보내버려"... 군 대체복무요원에 대한 갑질 극심
  • 이성훈 기자
  • 승인 2018.09.29 14: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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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새끼' '씨발놈' 입에 달고 종처럼 부리며 인격살해... 직장갑질119, 대체요원 전면 실태조사 촉구
"너희 지금 몇 시야? 다 튀어 들어와, 이 새끼야. 니네가 6시에 옷 갈아입고 나가려면 작업장에서 몇 시에 나온 거야? 들어가 이 새끼야... 이렇게 씨발, 악을 쓰고 얘기해야지 들어 처먹어? 야, 개새끼! 다리 꼬고 있는 거야? 다 오늘 출근 안 한 걸로 해버려."

[데일리중앙 이성훈 기자] 한 청년이 회사에서 2년 간 일반사원, 3년 간 산업기능요원으로 총 5년을 최저임금을 받으며 일했다. 월급은 적었지만 일을 배우며 군대를 대신할 수 있다는 생각에 열심히 일했다.

그런데 회사는 청년의 업무 불찰로 손해가 4000만원이 발생했다며 1년 동안 월급 50%를 공제했다. 자동화돼 있는 기계에서 문제가 발생했는데 책임을 청년에게 떠넘겼다. 5년 동안 일했는데 회사는 이 청년에게 퇴직금을 한 푼도 주지 않았고 연차 36일 분 수당도 지급하지 않았다.

5년 동안 매일 30분, 주 1~2회 90분 시간 외 근무(잔업)를 시키고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 월 1회 점심시간에 강제로 예배를 하게 했다. 근로계약서도 배부하지 않았고 취업규칙도 게시하지 않았다.

이 모두 불법이다.

근로기준법 제43조의 임금은 손해배상금을 공제하고 지급할 수 없고 전액을 지급해야 한다. 노동자 과실로 손해를 입어 사용자에게 손해배상 채권이 있다면 별도로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 그런데도 회사는 불법으로 임금을 공제하고 퇴직금과 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

청년은 부당하다고 생각했지만 문제를 제기했다가 해고되면 군대를 가야 하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3년을 보내야 했다고 한다.

직장갑질119에 제보디는 내용을 보면 충격적이다.

"너희 지금 몇 시야? 다 튀어 들어와, 이 새끼야. 니네가 6시에 옷 갈아입고 나가려면 작업장에서 몇 시에 나온 거야? 들어가 이 새끼야... 이렇게 씨발, 악을 쓰고 얘기해야지 들어 처먹어? 야, 개새끼! 다리 꼬고 있는 거야? 다 오늘 출근 안 한 걸로 해버려."

전남의 한 식품제조회사 이사가 산업기능요원들에게 퍼부은 욕이다. 녹취록은 듣기에도 민망한 충격적인 내용들로 채워졌다.

회사는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해놓고 기숙사비를 임금에서 공제하고 자격증이 없는 사람에게 지게차를 몰게 했다. 이 회사의 산업기능요원은 쌍팔년도, 응팔 시절 이등병보다 더 한 취급을 당해야 했다고 한다.

이러한 쌍욕과 갑질은 민간기업만이 아니다.

올해 직장갑질119에 제보된 병특(산업기능요원, 전문연구요원, 산업기능요원, 승선근무예비역) 갑질 중 30%가 공공기관에서 전문연구요원으로 군복무를 대신하는 노동자들이었다.

정부기관의 한 사무관은 전문연구요원에게 '씨발놈' '개새끼'와 같은 쌍욕을 입에 달고 다녔다.

이 사무관은 전문연구요원에게 "군대에 보내버리겠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고 매일 소리를 지르며 퇴사를 협박했다고 한다.

참다 참다 못한 이 요원은 "군복무 기간 때문에 참고 참았다. 그런데 이제 점점 한계가 오고 밤에 잠도 못 자고 너무 힘든다"는 전자우편을 직장갑질119에 보냈다.

2017년 2월 목포해양대를 졸업한 구민회(26, 3등기관사, 3기사)씨는 군 대체복무제도인 승선근무예비역으로 ㈜IMS코리아 캠로드 저니 호에 승선했다.

구씨는 상급자인 최아무개씨(2등기관사, 2기사)가 극심하게 괴롭히자 2018년 2월 같은 배에 타고 있던 실기사에게 알렸다. 하지만 회사는 이를 묵살했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구씨는 2018년 3월 15일 가해자의 괴롭힘이 심해졌다는 카톡을 옛 동료들에게 보낸 뒤 다음날 새벽 6시께 유서를 남기고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고인의 가족은 회사와 상급자를 고소했지만 회사와 가해자 누구도 처벌받지 않았다. 재발방지 대책도 마련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병무청에 따르면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산업기능요원은 1만3000명, 연구기관 전문연구요원 2500명, 해운·수산업체 선박 승선근무예비역 1000명 등이다. 인력을 배정받는 민간업체는 2018년 4월 말 현재 9569곳이다.

병무청은 산업기능요원의 산업재해와 임금 체불 피해가 늘어남에 따라 최저임금을 위반할 때 업체 퇴출 등 강력히 제재하기로 했다.

그러나 병무청과 고용노동부는 회사가 병역대체근무자를 종처럼 부려먹고 인격살해를 일삼는 갑질에 대해서는 어떤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

직장갑질119는 1만6000여 명의 군 복무 대체요원들에 대한 전면적인 실태조사를 요구했다.

군 복무 대체요원들은 사실상 사복 입은 군인들이다. 국가가 필요해서 군복무를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사용자들은 이들을 노비 취급하며 종부리듯 하고 있는 게 현실.

직장갑질119는 28일 보도자료를 내어 "국가와 사회를 위해 일하고 있는데도 사용자들의 갑질에 의해 인간성을 파괴당하고 있는 사복 입은 군복무자들,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일하는 1만6000여 명의 군 복무 대체요원들에 대한 전면적인 실태조사가 절실하다"고 밝혔
다.

군 복무 대체요원도 노동자로 보호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더욱이 복무관리 위반이나 근로기준법 위반은 병역지정업체 취소사유이기도 하다.

직장갑질119는 "대체요원은 폭언과 폭설, 장시간 노동 강요, 휴게시간 단축 같은 위법행위의 증거를 적극 수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녹취 뿐 아니라 꾸준히 작성한 업무일지나 주변에 호소한 문자나 카카오톡도 모두 증거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정부는 대체요원들이 인권침해 피해자가 되기 쉽다는 점을 명심하고 법 위반을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예측 가능한 일제단속이 아니라 수시단속, 상시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직장갑질119는 2017년 11월1일 출범했다. 241명의 노동전문가, 노무사, 변호사들이 무료로 활동하고 있다. 노노모, 민주노총 법률원, 민변 노동위원회,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등 많은 법률가들과 노동전문가들이 바쁜 일정을 쪼개 오픈카톡상담, 전자우편(이메일) 답변, 밴드 노동상담, 제보자 직접 상담 등을 진행하고 있다.

오픈카톡에 하루 50건, 이메일 20건, 밴드 30건 등 매일 100건의 제보가 들어오고 있으며 제보 내용은 임금체불(24%), 직장 내 괴롭힘(15%), 징계․해고(9%), 노동시간(8%) 순이었다.

이성훈 기자 hoonls@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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