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 가구 75.7%, 월 소득 300만원 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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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 가구 75.7%, 월 소득 300만원 미만
  • 석희열 기자
  • 승인 2019.05.09 12: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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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 평균부채 4832만원, 1년 후 삶의 질 회의적... 57.1% "원청노동자 가구에 비해 차별받고 있다"
▲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 가구 부채평균이 4832만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가구별 부채 규모(단위: 원, 자료=정책연구소 이음)
ⓒ 데일리중앙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 가구 부채평균은 4832만원으로 월 소득은 300만원 미만이 75.8%로 조사돼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중당 김종훈 국회의원(울산 동구)은 9일 오후 6시 울산 동구 퇴직자지원센터 강당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 가족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울산지역 조선산업 하청노동자 가구 실태조사는 정책연구소 이음이 지난 2월부터 3월까지 한 달에 걸쳐 하청노동자 무작위 표집으로 진행됐으며 심층면접 방식으로 이뤄졌다. 조사의 응답자는 334명(가구주 본인 64.4%, 배우자 35.6%)이었다.

하청노동자 가구의 주거 현황을 살펴보면 응답자의 약 3분의 2(64.7%)가 '아파트에서 거주하고 있었으며 '연립 및 다세대 주택' 21.6%, '단독주택' 9.0%, '기타 주거지' 4.8% 순으로 나타났다.

거주하고 있는 주택의 임차 형태는 '자가'가 60%로 가장 많았고 '전/월세' 26.7%, '공공임대'와 '무상거주'가 각각 5.2%, '기타' 3.0% 순이었다.

하청노동자 가구의 4가구 중 3가구는 부채를 지니고 있었는데 가구의 부채 평균은 4823만원이었다.

가계 부채를 규모에 따라 분류해 보면 '4000만~7000만원 미만' 가구가 27.3%로 가장 많았다. 이어 '1000만~4000만원 미만' 19.0%, '7000만~1억원 미만' 14.6%, '1억원 이상' 14.6% 순으로 집계됐다.

'부채가 없는 가구'는 24.4%였다.

▲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 가구의 부채 원인으로 '주거비'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혔다. 가계 부채 원인(복수 응답). (자료=정책연구소 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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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부채의 원인을 묻는 질문에 3명 가운데 1명 꼴로 '생활비 부족'을 들어 하청노동자 가구의 상당수가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빚을 얻고 있음을 보여줬다.

구체적으로 가계 부채의 원인은 '부동산 및 전월세 거래'(주거)가 36.8%로 가장 많았고 '생활비 부족'이 29.4%로 나타났다. 그밖에 '실직에 따른 급여중단' 12.4%, '교육비' 8% 순이었다.

하청노동자 가구의 월 평균 가처분소득(월 소득에서 세금과 4대 보험 지출을 제외한 금액)은 '200만~300만원'이 42.5%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100만~200만원' 33.3%, '300만~400만원' 13.7%, '500만원 이상' 6.9%, '400만~500만원' 3.6%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 가구의 월 평균 지출은 약 255만원으로 조사됐다.

전체 하청노동자 가구를 기준으로 생활비 지출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식료품
비(25.1%)'인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비'(21.6%)'도 높은 비중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주거비'(14.9%), '교통통신비'(11.4%), '여가문화비'(8.6%), '보건의료비'(7.5%) 순이었다.

모든 하청노동자 가구가 '식료품비', ' 대출 및 이자 상환(기타)', '교육비' 등 기초 생활 지출에 집중돼 있는 반면 '주거비', '여가문화비', '교통통신비' 등과 같은 복지문화 생활 지출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 가구의 하청노동자 가구의 월 평균 지출은 약 255만원으로 생활비 지출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식료품비'로 조사됐다. 생활비 지출 내역. (자료=정책연구소 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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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노동자 가구의 주된 경제활동은 가구주에 의해 이뤄졌고 배우자도 적극적으로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었다.

가구주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약 50시간이었는데 최소 10시간에서 최대 100시간까지 분포
돼 있었다. 배우자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42시간이었고 최소 15시간에서 최대 80시간까지 폭넓은 분포를 보였다.

응답 가구원의 '평균 하청업체 근무개월 수'는 145개월이었으나 가구주 혹은 배우자 중에서 '정규직 경험이 있다'고 답변한 사람은 4명 가운데 1명(25.8%)에 불과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또 하청노동자의 작업환경의 안전성에 관한 객관적 측정을 시도했는데 하청노동자 중에서 지난 1년 간 '다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30%를 넘었다.

다친 경험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 296명 중 91명(30.7%)이 '있다'고 답해 3명 중 1명은 다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조선산업에서 위험의 외주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다친 경험의 횟수는 1회(21.6%)가 가장 많았고 2회(5.7%), 3회 이상(3.4%) 순으로 나타났고, 5회와 9회도 각각 1명이 분포하고 있었다.

근무하는 작업환경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 328명 중 197명(60%)은 '부정적'이었고 오직 25명(7.6%) 만이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이처럼 하청노동자 가구의 상당수는 경제적 안정성이 떨어졌다.

가구의 절반 정도는 자산으로 주택을 소유하고 있었으나 상당수가 부채를 안고 있는 상황이었다. 맞벌이에도 불구하고 전체 가구 중 4분의 3(75.8%)은 '300만원 미만' 소득 구간에 있었다.

일-가정 양립 정도에서 가족이 '1주일 동안 함께한 식사 횟수'는 평균 2.82회, '한 달 동안 함께 보낸 여가활동 횟수'는 1.03회에 그쳐 가족 간 교류가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정 내 근심과 갈등 원인으로는 30.6%가 '경제적 어려움'을 꼽았고 '자녀교육 및 행동'이 15.6%, '가구원의 취업 및 실업'이 10.7%로 나타나는 등 경제 사정 악화가 주요 이유로 제시됐다.

'1년 후 전반적인 삶의 질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에 '그렇지 않다'는 부정적인 응답(46%)이 '그렇다'는 낙관적인 응답(18.2%)보다 2배 넘게 많았다.

▲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 가구의 불안 요소는 가까운 미래에는 '소득', 먼 미래에는 '노후의 경제적 안정'인 것으로 조사됐다. 가정의 장래 주요 불안 사항(복수 응답). (자료=정책연구소 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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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요소로는 가까운 미래에는 '소득 불안'이, 먼 미래에는 '노후의 경제적 안정'으로 나타나 현 조선산업의 경기 악화를 그대로 반영했다.

이 조사를 진행한 정책연구소 이음 쪽은 "현재의 '소득 불안'이 해결되지 않는 한 '노후의 경제적 안정'도 사실상 어렵다는 점에서 하청노동자 가구의 불안을 해소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고 분석했다.

'원청노동자 가구에 비해 차별받고 있다'는 응답도 57.1%에 이르러 하청노동자 가구의 상대적 박탈감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17.3%에 불과했다.

사회적 신뢰수준 조사에서 '정부 신뢰'는 절반이 넘는 57.7%가 부정적이었으며 '지역사회 신뢰'는 33.6%가 부정적, 20.3%가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다만 '대인 신뢰' 수준은 49%가 긍정적으로 답해 '부정적' 답변(8.4%)보다 5배 이상 높았다.

김종훈 의원은 "조선경기 악화를 빌미로 강행된 해고와 임금삭감 등 불안정한 노동상태가 하청노동자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까지 피해를 가져왔다"며 "특히 정부와 지역사회 신뢰까지 추락한 배경에는 노동자보다 재벌대기업에 치우친 산업정책과 관료주의가 있지 않은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정부부처와 울산시 등에 정책건의를 이어가고 하청노동자 가족을 지원하기 위한 입법 및 제도개선 등 의정활동도 추진해 간다는 계획이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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