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오늘 부처 합동으로 세종시 수정안에 우수중등교육기관 유치 계획을 발표하였다. 이 계획에 따르면 자율형 사립고 및 자율형 공립 고등학교와 특목고, 마이스터고, 외국인학교, 외국교육기관 등을 설립하고 이를 위한 지원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우선 세종시 수정안에 ‘우수중등교육기관을 유치’하겠다는 발표 자체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수교육기관은 수정 세종시에만 필요한 것이 아님에도 수정 세종시 案에 ‘우수교육기관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교과부의 학교정책에 대한 철학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그 방안이라는 것도 공교육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귀족학교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자율형사립고를 설립하는 것이고, 이 학교에 설립기업 임직원자녀의 특혜입학을 허용하겠다고 밝혔으니 이는 또 하나의 ‘하나고’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고등학교는 공교육기관으로서 누구나 입학기회에 차별을 받아서는 안된다. 차별적인 입학전형이라면 차상위계층 등 사회적 배려 대상자를 위한 역차별 전형이 필요할 뿐이다. 그럼에도 학교설립을 유인하기 위해 ‘그들만의 학교’를 만들어 주겠다는 것은 학교를 교육의 관점에서 보는 것이 아닌 ‘정치적, 경제적 의도’에서 보고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오늘 발표에는 특목고 설립계획도 포함되어 있다. 최근 특목고는 그 존폐를 거론하고 있는 상황에서 2030년 기준 인구 50만의 도시에 과학고를 설립하겠다는 것은 교육적 가치판단과 수요-공급이라는 기본적 분석이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외고의 경우 특목고 체제 개편 검토 후 방침을 발표하겠다고 했지만 최근 교과부의 움직임이나 언론 보도로 볼 때 조만간 외고 설립계획까지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오늘 발표 중 큰 문제는 외국교육기관의 설립이다.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외국인 학교를 유치하고, 세종시특별법에 근거한 외국교육기관을 설립하여 내국인의 입학비율을 50%까지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8개의 학교를 위해 3,400억 국가재정을 투여해 부지와 건물을 제공해 주겠다고 하니, 이제 우리나라는 송도국제학교와 제주국제학교에 이어 외국교육기관의 별천지가 될 모양이다.
외국인학교는 정부가 내국인 입학비율을 10%에서 확대함으로써 무늬만 외국인학교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여기에 더해 내국인 입학비율이 50%까지 보장되는 외국교육기관 설립은 우리나라 공교육체계의 근간을 무너트릴 것이다. 더구나 세종시 수정안에 의하면 외국교육기관의 근거법률을 초중등교육법이 아닌 세종시특별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초중등교육과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 초국적 학교를 만들어 보통교육과정을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오늘 정부의 발표는 극히 실망스럽다. 세종시 수정안은 국민의 의사를 수렴하고 존중해 정치권에서 신중히 논의하고 결정할 일이다. 하지만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을 강행하기 위해 교육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다.
학교는 필요한 곳에 만들어져야 한다. 현재 정부가 농어촌 소규모학교의 통폐합을 추진하면서 장거리 통학 학생이 늘어나고 있다. 또 일부 지역은 필요한 학교를 세우지 못해 과밀학급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는 세종시 수정안을 관철시키기 위해 수요와 공급, 교육적 가치와 검토도 없이 초중등교육법의 적용도 받지 않는 특권학교, 특혜학교, 국적불명의 학교를 남발하려는 것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보도자료 출처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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