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누명' 이수근씨 처조카 등에게 68억원 국가배상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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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 누명' 이수근씨 처조카 등에게 68억원 국가배상 판결
  • 이성훈 기자
  • 승인 2009.12.27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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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까만 안경에 이수근/ 코수염 가짜수염 달고서/ 홍콩가는 비행기를 잡아타다/ 멋지게 꼬리 잡혔네."

당시 최고의 히트곡인 남진씨의 '마음이 고와야지' 가사를 바꿔 1960~70년대 널리 유행했던 노래의 일부다.

박정희 정권 시절인 1969년 '이중간첩' 누명을 쓰고 사형당한 이수근씨의 처조카 등에게 국가가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재판장 김수천 부장판사)는 이씨의 처조카인 배경옥(71)씨와 가족 등 15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는 총 22억5000만원과 1969년 3월 이후 이자를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는 "당시 중앙정보부 수사관들이 각종 고문과 구타로 허위자백을 강요해 배씨는 20년 10개월 동안 무고한 수형생활을 했으며 영장없이 강제연행한 뒤 11일간 불법구금하고 진술거부권·변호인 선임권 등을 알리지 않는 등 불법행위에 대해 국가는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배씨 등 원고는 40여 년 간 이자 등을 포함해 모두 68억원이 넘는 손해 배상금을 국가로부터 지급받게 됐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사 부사장이었던 이수근씨는 1967년 3월 판문점을 통해 귀순했지만 1969년 1월 위조 여권을 갖고 캄보디아로 가다 기내에서 체포,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돼 그해 7월 사형됐다.

당시 배씨는 이씨의 암호문을 북한으로 보내는 등 간첩행위를 도운 혐의로 기소돼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1989년까지 20여 년 간 복역했다.

그후 배씨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2007년 1월 '이수근 간첩사건'을 조작사건으로 판단하자 재심을 청구했다. 결국 지난해 12월 공문서 위조 부분을 빼고 국가보안법 위반 등 간첩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인정받았다.

이성훈 기자 hoonls@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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