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석탄발전 가동률 사상 최저... 한국은 '역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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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석탄발전 가동률 사상 최저... 한국은 '역주행'
  • 이성훈 기자
  • 승인 2020.03.26 1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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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석탄발전소 평균 가동률 51%에 그쳐... 주요 지표 4년 연속 하락세
한국, 신규 건설 강행 및 해외 석탄발전소 투자 지속... 세계적 추세 거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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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중앙 이성훈 기자] 2019년 전 세계 석탄발전소의 평균 가동률이 51%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한국은 오히려 최대 규모의 석탄 설비 건설을 시작하는 등 온실가스를 감축하는데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와 글로벌 에너지 모니터(Global Energy Monitor), 시에라클럽(Sierra Club), 에너지 및 청정대기 연구센터(Centre for Research on Energy and Clean Air, CREA)가 2019년 세계 석탄발전소 동향을 분석한 '붐 앤 버스트 2020'(Boom and Bust 2020)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석탄발전 설비의 증가를 나타내는 주요 지표들(신규 착공, 건설 허가 취득, 허가 전 추진 단계 등)은 4년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공감대가 커지며 세계 주요 은행 및 보험사 126곳은 석탄에 대한 규제를 확대했다. 

33개 국가 및 27개 지방 정부는 석탄에 의존하지 않고 재생 에너지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러한 퇴조에도 불구하고 2019년 전 세계 석탄발전소 설비용량은 34.1GW 증가해 2015년 이후 처음으로 순증했다. 2014~2016년 중국 지방정부에서 무분별하게 허가된 발전소들이 가동에 들어간 까닭이다. 

그러나 현재는 과잉설비 문제로 설비 전력량 40%를 비상 예비용으로 돌리고 있으며 가동 시간마저 제한하고 있다. 

중국을 제외하면 전 세계적으로 폐쇄된 발전소가 운전에 들어간 발전소 숫자를 넘어서면서 2년 연속 감소했다. 특히 미국과 유럽에서 감소세가 뚜렷했다. 

2019년 미국의 석탄발전소 전력량은 2018년에 비해 16% 떨어졌다. 유럽은 2018년 대비 24%의 감소 폭을 보였다. 

전력량으로 따졌을 때 2019년 전 세계 석탄 발전량은 2018년에 비해 3% 줄었다. 전 세계 석탄발전소 평균 가동률도 51%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크리스틴 시어러 글로벌 에너지 모니터 연구원은 "전 세계 석탄발전소 실제 가동률은 설비 용량의 절반에 불과하다"며 "재생에너지 확대 등으로 인해 석탄 전력수요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석탄발전에 투자하는 금융기관은 수익성 악화 등 투자 손실 위험을 떠안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한국은 탈석탄에서 멀어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탈석탄을 선언했으나 2022년까지 총 7GW 규모의 석탄발전 용량이 추가될 예정이다. 2017년 정부는 전체 전력 발전량에서 석탄 비중을 2031년까지 36% 수준으로 감축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린피스는 지난 1월과 2월 한국전력 건물에 한국 해외석탄 투자를 중단하는 메시지를 레이저빔을 통해 투사했다. 두산중공업과 한국전력은 사업 예비 타당성 조사에서 손실 102억 원이 예측된 인도네시아 자와 9·10호기 건설과 투자에 관여하고 있다. (사진=그린피스)  copyright 데일리중앙
그린피스는 지난 1월과 2월 한국전력 건물에 한국 해외석탄 투자를 중단하는 메시지를 레이저빔을 통해 투사했다. 두산중공업과 한국전력은 사업 예비 타당성 조사에서 손실 102억 원이 예측된 인도네시아 자와 9·10호기 건설과 투자에 관여하고 있다. (사진=그린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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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석탄발전은 여전히 주요 발전원으로 남는다. 더 나아가 한국은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등 해외 석탄발전소에 공적자금을 대규모로 투자하는 전 세계 3위 국가다. 국제사회가 한국을 '기후악당'이라고 비판하는 이유다.

양연호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캠페이너는 "한국 기업은 중장기적 손실이 자명한 석탄발전 사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며 "석탄 사업에 계속 투자하는 것은 환경적으로도 또 투자 차원에서도 시대착오적인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전 세계 탈석탄 움직임을 읽지 못한 국내 기업의 오판은 경영 악화로 직결됐다. 그 대표적 사례가 두산중공업이다. 두산중공업은 최근 5년 간 수주실적의 80% 이상을 해외 석탄발전 사업으로 채웠다. 

같은 기간 손실은 2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10년 전부터 주가는 계속 떨어졌다. 2019년 한국신용평가는 두산중공업의 신용등급을 BBB(부정적)로 평가했다. 

한국 전력도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불발된 호주 광산 투자로 약 8천억 원 이상 손실을 떠안게 됐다. 

문제는 이 두 기업 모두 사업 예비 타당성 조사에서 손실 102억원이 예측된 인도네시아 자와 9·10호기 건설과 투자에 관여하고 있다는 것. 

세계적인 석탄발전 감소 추세에도 파리기후협약 이행에 필요한 감축 궤도에 이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 따르면 지구 기온 상승 폭을 1.5°C 이하로 억제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현재 석탄발전량의 80% 이상을 줄여야 한다. UN은 2020년을 세계 차원에서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 시도를 끝내는 해로 만들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이성훈 기자 hoonls@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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