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길 위의 풍경과 삶이 담긴 37점 흑백사진 전시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신종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이라는 세계적 재난 앞에 가야 할 길을 잃고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끊긴 2020년 오늘. '인간의 길, 시대의 길'을 담은 박노해 시인의 새 사진전 '길'전이 열린다. 9월 1일~3월 7일, 서울 종로구 라 카페 갤러리.
언제나 우리 가슴을 설레게 하는 말이자 영원한 인간의 화두, 저 먼 곳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 '길'. 지난 20여 년 간 지구 시대의 유랑자로 지도에도 없는 길을 걸어온 박노해 시인의 이번 '길' 사진전에는 다양한 길 위의 풍경과 삶이 담긴 37점의 흑백사진과 이야기가 펼쳐지며 우리를 저마다의 '다른 길'로 안내한다.
"길을 잃으면 길이 찾아온다.
길을 걸으면 길이 시작된다
길은 걷는 자의 것이니" - 박노해
인류 최초의 문명길인 차마고도, 눈 덮힌 만년설상과 끝없는 사막길, 정겨운 마을길과 아름드리 나무숲길, 배움에 목마른 아이들의 '길 위의 학교'와 할머니의 마지막 순례길, 그리고 눈물 흐르는 지구의 골목길까지.
박노해 시인의 사진 속 '세계의 길'은 나만의 길을 찾아가는 우리에게 따뜻한 위로와 용기를 건넨다.
1957 전라남도 함평 출생. 1984 첫 시집 <노동의 새벽>을 펴냈다. 군사독재의 감시를 피해 사용한 '박노해'라는 필명은 '노동자의 해방'이라는 뜻으로 이때부터 '얼굴 없는 시인'으로 알려졌다. 금서 조치에도 불구하고 100만부 가까이 발간된 <노동의 새벽>은 잊혀진 계급이던 천만 노동자의 목소리가 됐고 대학생들을 노동현장으로 뛰어들게 하면서 한국사회와 문단을 충격으로 뒤흔들었다.
1989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을 결성했고 7년여의 수배생활 끝에 1991년 체포, 사형이 구형되고 무기징역형에 처해졌다. 1993 옥중 시집 <참된 시작>, 1997 옥중 에세이집 <사람만이 희망이다>를 출간했다. 1998 7년 6개월의 수감 끝에 석방됐다.
이후 민주화운동 유공자로 복권됐으나 국가보상금을 거부했다. 2000년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살지 않겠다"며 권력의 길을 뒤로하고 생명 평화 나눔을 위한 사회운동단체 '나눔문화'(www.nanum.com)를 설립했다. 2003년 이라크 전쟁터에 뛰어들면서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 중남미 등 가난과 분쟁 현장에서 평화활동을 이어왔다.
2010년 낡은 흑백 필름 카메라로 기록해온 사진을 모아 첫 사진전 '라 광야'전과 '나 거기에 그들처럼'전(세종문화회관)을 열었다. 304편의 시를 엮어 12년 만의 신작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를 출간했다. 2012년 나눔문화가 운영하는 좋은 삶의 문화 공간 '라 카페 갤러리'에서 글로벌 평화나눔 사진전을 상설 개최하고 있다.
2014년 아시아 사진전 '다른 길'전(세종문화회관) 개최와 사진집 <다른 길>을 출간했다. 2019년 〈박노해 사진에세이〉시리즈의 첫 권인 '하루'를, 2020년〈박노해 사진에세이〉02 '단순하게 단단하게 단아하게', 03 '길'을 펴냈다.
박노해 시인은 오늘도 세계 곳곳에서 자급자립하는 삶의 공동체인 '나눔농부마을'을 세우며 새로운 사상과 혁명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