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이냐, 기본자산이냐... 불평등 사회 혁신대안 찾기 국회 토론회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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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이냐, 기본자산이냐... 불평등 사회 혁신대안 찾기 국회 토론회 열려
  • 석희열 기자
  • 승인 2021.01.28 17:47
  • 수정 2021.01.28 1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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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 삶의 최저선 보장해 일상의 유지 가능케 해... 기본자산의 자산불평등 완화효과 낮아"
"기본자산은 기본소득보다 재원이 적게 들어 훨씬 현실적"... 보완책으로 '생애주기자본금' 제안
김두관 "기본자산제 지지... 자산 격차 문제 해결하지 않고서 구조적 불평등 해소는 어렵다 생각"
용혜인 "기본소득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실질적 자유 약속해... 불평등 해결방안 함께 찾자"
'불평등 사회 대안과 쟁점: 기본소득 - 기본자산' 국회 토론회가 28일 온라인으로 열렸다. 두 제도를 놓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왼쪽부터 백승호 가톨릭대교수, 김병권 정의정책연구소장, 서정희 군산대교수, 안효상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상임이사, 김만권 경희대교수. (사진=용혜인 의원실)copyright 데일리중앙
'불평등 사회 대안과 쟁점: 기본소득 - 기본자산' 국회 토론회가 28일 온라인으로 열렸다. 두 제도를 놓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왼쪽부터 백승호 가톨릭대교수, 김병권 정의정책연구소장, 서정희 군산대교수, 안효상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상임이사, 김만권 경희대교수. (사진=용혜인 의원실)
ⓒ 데일리중앙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기본소득이냐, 기본자산이냐.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박고 있는 불평등 구조를 해결할 혁신대안을 찾기 위한 국회 토론회가 28일 국회에서 온라인으로 열렸다.

민주당 김두관·소병훈·허영 국회의원, 정의당 강은미 국회의원, 기본소득당 용혜인 국회의원이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과 공동주최했다.

'기본소득 제도'와 '기본자산 제도'를 두고 뜨거운 토론이 벌어졌다.

기본소득은 모든 국민에게 국가가 노동의 유무나 자격심사 없이 매월 일정한 소득을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5000만 국민에게 매월 30만원 정도의 기본소득을 지급할 경우 한 달에 15조원, 1년에 180조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기본자산(기초자산)은 모든 신생아가 태어나면, 또는 일정한 연령(20세 또는 30세 등)에 이르면 국가가 일회성 목돈을 자산으로 지급하는 개념이다. 모든 신생아(1년 30만명 추정)에게 2000만원의 자산을 지급할 경우 1년에 6조원의 재원이 필요하다. 

둘 다 공화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불평등을 해소하는 방법에서 차이가 있다.

백승호 가톨릭대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한 이날 토론회에서는 ▶서정희 군산대 교수('기본소득이 온다' 공동저자)가 '왜 기본소득 제도인가'를 발표했고 ▶김만권 경희대 교수('열심히 일하지 않아도 괜찮아' 저자)가 '왜 기본자산 제도인가'를 발표했다. 

이어 안효상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상임이사와 김병권 정의정책연구소 소장이 토론자로 참석해 발표자와 열띤 토론을 벌였다. 

토론회는 정부 방역조치에 따라 최소 인원만 현장 참여한 가운데 유튜브(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채널)로 생중계됐다.

서정희 교수는 '왜 기본소득 제도인가' 발표에서 기본소득과 기본자산(기초자산)은 모두 사회가 공유한 부에 대한 권리를 전제한다는 점에서 역사적 뿌리가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두 제도는 분배 방식에서 갈라진다. 

기본소득이 매달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소득이라면 기본자산은 일정한 시기 일회성 목돈 지급이라는 것이다.

기본소득의 주요 원칙인 정기성, 보편성, 무조건성이 기본자산에는 없거나 약하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기본자산은 거시 자유를 추구하지만 생활의 안정성이라는 목표는 배제한다"라며 "목돈을 통한 자유 추구는 결국 자산 증식을 꾀하는 투자자의 삶을 선택하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국에서 논의되는 기본자산은 증세 없이 기존 상속세로 지급하자는 것"이라며 "증세 없는 낮은 수준의 기본자산은 자산 불평등 완화 효과도 낮다"고 꼬집었다. 

또 기본자산이 사용처를 교육, 창업, 주택 구입 등으로 제한하는 점에 대해 "한국처럼 부동산 가격이 높은 나라에서 기본자산이 시장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이나 주거는 기본자산이 아닌 공공서비스 확대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정희 교수는 "반면 기본소득은 삶의 최저선을 보장해 일상의 유지와 계획이 가능하도록 만든다"고 평가했다.

서 교수의 발표가 끝나자 김만권 교수의 '기본자산' 발제가 이어졌다.

김 교수는 서두에 기본소득과 기본자산은 그 목적이 각각 '기본적 소비력 보장'과 '인생계획 실행 기회 제공'으로 서로 다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본자산은 '최소한의 사회적 상속'을 주자는 것"이라며 "세대 간 불평등 완화에 더 효과적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기본자산은 인생계획을 실천함으로써 계층 간 이동 가능성을 높인다"라며 "여럿이 모으면 상당한 자본금이 되어 실행력이 커진다"고 강조했다. 

또 "기본소득을 실시하려면 기존 조세체계와 분배체계를 다 바꿔야 하지만 기본자산은 기존 분배체계에서 충분히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본자산은 기본소득보다 재원이 적게 들어 '훨씬 더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에 따르면 기본자산은 재원규모가 작아 기존 복지 수혜자의 조세저항이 최소화되며 최초 수용과정에서 정치적으로도 더 안정적이다.

김 교수는 기본자산이 정기성, 보편성이 없고 일시적이라는 단점을 보완하는 제도로 '생애주기자본금'을 제안했다. 20년마다 모든 구성원에게 같은 액수의 목돈을 배당하는 것으로 가령 20살, 40살, 60살에 새로운 인생설계를 위한 목돈을 지급하자는 것이다.

토론자로 나선 안효상 상임이사는 기본소득과 기본자산 모두 사회 공유부에서 정당성을 찾을 수 있다면서 "하지만 기본자산을 통해 공공의 것(커먼즈)이 강화되는 것이 아니라 소유적 개인주의가 강화될 수 있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안 이사는 기본소득에 대해선 "'공유지분권'에 기초하면서도 모두에게 적절한 생계수단을 제공하는 제도"라고 주장했다.

김병권 정의정책연구소장은 "상당한 누진적 조세가 없다면 기초자산제(기본자산제)로 자산불평등 해소가 쉽지 않다"고 인정했다. 

김 소장은 "그러나 기초자산제는 청년의 사회진입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책수단의 하나로 제안됐다"며 "청년들이 겪는 취업, 주거, 결혼 등의 과제를 개인 책임이 아닌 사회 책임의 영역으로 넣자는 것"이라 설명했다.

'기본소득 제도'와 '기본자산 제도'를 놓고 국회 토론회가 28일 온라인으로 열렸다.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강남훈 이사장, 김두관 의원, 소병훈 의원, 용혜인 의원, 강은미 의원, 허영 의원(왼쪽 위에서 시계방향으로). (사진=용혜인 의원실)copyright 데일리중앙
'기본소득 제도'와 '기본자산 제도'를 놓고 국회 토론회가 28일 온라인으로 열렸다.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강남훈 이사장, 김두관 의원, 소병훈 의원, 용혜인 의원, 강은미 의원, 허영 의원(왼쪽 위에서 시계방향으로). (사진=용혜인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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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강남훈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이사장은 줌(zoom)을 통해 "일정 소득을 모두에게 보장하는 기본소득과 일정 자산을 제공하는 기본자산은 둘 다 불평등 완화 위한 제도"라며 "하나의 제도를 실시하며 다른 제도를 보완적으로 실시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평소 기본자산을 주장해온 김두관 의원은 동영상 인사말에서 "기본자산을 주제로 지난해 두 번 토론회를 열고 신생아기본자산제와 이를 주거 정책과 결합한 국민자산주택제도를 제안했다"라며 "기본자산제를 지지하는 입장에서 자산 격차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 구조적 불평등 해소는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국회기본소득연구포럼 대표인 소병훈 의원은 동영상 인사말에서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계층 간 자산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라며 "4차 산업혁명 가속화로 일자리 감소 등 경제·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국민의 기본소득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국회기본소득연구포럼 연구책임의원인 허영 의원은 "기본소득제와 기본자산제는 유사한 취지의 혁신적인 정책"이라면서 "차분히 논의하면 두 정책이 만나는 부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정책 간 소통을 강조했다.

강은미 의원은 동영상으로 "정의당은 부모찬스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청년이 삶의 전망을 열어가기 위한 3000만원 청년기초자산을 제안한다"면서 "기본소득과 기초자산이 대립적으로 논의되기보다 불평등의 대안으로 논의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용혜인 의원은 줌으로 "코로나19가 끌어낸 정책적 상상력을 보편적 기본소득으로 밀고 나가야 한다"면서 "기본소득은 형식적 자유를 넘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실질적 자유'를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용 의원은 이어 "모든 정책은 한계가 있으므로 치열한 토론을 통해 상호 보완하면서 불평등의 해결책을 함께 모색하자"고 제안했다.

이번 토론회는 지난해 11월 용혜인 의원이 기본자산을 주창하고 있는 김두관 의원에게 두 정책을 놓고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다고 공개 토론을 제안하면서 이뤄졌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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