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뮤지컬 '명성황후'... 긴장과 감동, 전율이 함께한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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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뮤지컬 '명성황후'... 긴장과 감동, 전율이 함께한 무대
  • 석희열 기자
  • 승인 2021.03.05 06:32
  • 수정 2021.03.05 0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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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조선, 격변의 한가운데 선 '조선의 국모' 명성황후의 비극적인 삶 다뤄
한 여자이자 정치가였던 명성황후의 삶을 사실에 상상력을 더해 팩션으로 그려
배우 김소현·손준호·이정열·윤형렬·김도형 열연... 30여 명의 앙상블로 작품 완성
4일 밤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 뮤지컬 '명성황후'는 조선의 26대 왕 고종의 왕비 명성황후의 비극적인 삶을 다뤘다. 긴장과 감동, 전율이 함께한 무대였다. copyright 데일리중앙
4일 밤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 뮤지컬 '명성황후'는 조선의 26대 왕 고종의 왕비 명성황후의 비극적인 삶을 다뤘다. 긴장과 감동, 전율이 함께한 무대였다.
ⓒ 데일리중앙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19세기 조선, 격변의 한가운데 서 있었던 명성황후만큼 평가가 극단적으로 엇갈리고 있는 인물이 또 있을까.

조선을 먹으려는 강대국들 사이에서 조선을 지키려 한 영원한 조선의 국모인가, 친일·반청·반일의 '널뛰기 외교'로 조선에 망조를 들게 한 왕비인가. 평가는 여전히 엇갈린다.

"중국 고전에 조예가 깊었고 세계 여러 나라에 관해 많은 지식을 갖고 있었다. 재치있는 외교관 같았으며 늘 반대자를 이겼다." 당시 조선에 와 있던 미국의 선교사이자 의사 호러스 그랜트 언더우드의 명성황후에 대한 평가다.

4일 밤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 뮤지컬 <명성황후>(프로듀서 윤홍선, 연출 안재승, 제작 ㈜에이콤)는 '정치가' 명성황후가 아닌 한 나라의 왕비로서 비극적이었던 삶에 초점을 맞췄다.

구한말 혼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한 여자이자 정치가였던 명성황후의 비극적 삶을 역사적 사실(Fact)을 바탕으로 창작진의 상상력(Fiction)이 더해진 팩션(Faction)으로 다뤘다.

긴장과 감동, 전율이 함께한 무대였다.

이문열의 소설 '여우사냥'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오후 8시 막이 오르자 1896년 1월 히로시마 법정에서의 '명성황후 시해사건' 재판 모습으로 시작됐다.

재판부는 조선의 국모를 시해한 일본 공사 미우라와 낭인들에게 "살해 증거가 확실하지 않다"며 무죄 판결을 내리고 모두 석방한다. 재판정 안에는 일왕에 대한 충성을 맹세하는 낭인들의 만세 소리만 울려 퍼졌다.

이윽고 '왕비 오시는 날' 넘버와 함께 궁궐로 들어오는 민자영(명성황후)과 왕비를 맞이하는 고종, 그리고 흥선대원군, 상궁, 신하, 궁녀, 별감, 내시 등이 무대를 채웠다.

이후 명성황후와 대원군의 갈등, 고종의 친정 선포, 임오군란, 을미사변(명성황후 시해사건)이 160분(중간에 쉬는 시간 20분 포함) 동안 속도감 있게 펼쳐졌다.

1995년 초연 이후 25주년을 맞이한 뮤지컬 <명성황후>는 극의 형식부터 대본, 음악, 안무, 무대디자인, 의상디자인 등 작품 전반이 변화된 모습으로 관객들을 만났다.

그동안 노래로만 이뤄지던 성 스루(SUNG-THROUGH) 형식에서 벗어나 대사를 추가해 무거운 역사적 주제를 다루는 극의 긴장감을 완화하고 객석의 몰입도를 높였다.

양인자 작사, 김희갑 작곡의 다채로운 넘버들에 다양한 편성의 오케스트라와 폭넓은 레퍼토리를 구사하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양방언이 편곡으로 참여해 혼을 불어넣었다. 여기에 김문정 음악감독이 이끄는 풍성한 라이브 음악이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

무대와 의상, 소품 등도 현대적 감각에 맞춰 새롭게 디자인되면서 볼거리를 제공했다.

무대 하부의 경사진 회전무대는 유지하면서 영상기술을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무대 상부 장치를 새롭게 디자인했다. 또한 LED영상의 활용을 통해 효과적으로 무대를 표현했다. 무대의 변화도 빨라 작품의 속도감을 더했다.

4일 밤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 뮤지컬 '명성황후'의 한 장면. 4일 밤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 뮤지컬 '명성황후'의 한 장면. (사진=㈜에이콤) copyright 데일리중앙
4일 밤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 뮤지컬 '명성황후'의 한 장면. 4일 밤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 뮤지컬 '명성황후'의 한 장면. (사진=㈜에이콤)
ⓒ 데일리중앙

이러다보니 160분 공연 내내 한순간도 지루하지 않았다.

1895년 10월 8일 새벽 궁궐을 침범한 일본 낭인들에게 명성황후가 참혹하게 시해되는 장면이 실감나게 무대 위에서 펼쳐졌다. 조선왕실과 백성들이 탄식하며 슬퍼할 때 그의 혼이 하늘로 연기처럼 흩어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우리 조선은 고요한 나라
착하고 순한 백성들
걱정은 오직 험난한 시대
이 땅을 어찌 지킬꼬
....................

동녘 붉은 해 동녘 붉은 해
스스로 지켜야 하리
조선이여 무궁하라 흥왕하여라"

명성황후, 홍계훈, 상궁, 궁녀, 백성들이 함께 부르는 앙상블 '백성이여 일어나라'가 울려 퍼지면서 2시간 40분에 걸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날 공연에서 주인공 '명성황후' 역을 맡은 배우 김소현씨는 최고의 가창력으로 객석을 사로잡았다.

명성황후의 남편이자 조선 제26대 왕 '고종' 역에는 배우 손준호씨가 열연했다. 실제 김소현씨와 손준호씨는 부부 사이다.

아들 고종을 대신해 섭정을 펼치며 명성황후와 갈등대립하는 흥선대원군으로는 배우 이정열씨가 무대에 올랐다.

사랑하는 여인 민자영을 지키기 위해 일본의 칼날 앞에 기꺼이 목숨을 내놓는 명성황후의 호위무사 홍계훈 역은 배우 윤형렬씨가 혼신의 연기를 펼쳤다.

명성황후를 시해할 목적으로 낭인들을 끌어모으고 조선의 첩자들과 내통하며 조선의 국모를 시해하는 '여우사냥'을 실행에 옮기는 일본공사 미우라는 배우 김도형씨가 맡았다.

그리고 30여 명의 배우들이 앙상블로 출연하며 무대를 빛냈다.

뮤지컬 '명성황후' 25주년 기념 공연은 오는 7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이어진다. copyright 데일리중앙
뮤지컬 '명성황후' 25주년 기념 공연은 오는 7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이어진다.
ⓒ 데일리중앙

뮤지컬 <명성황후> 25주년 기념 공연은 오는 7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계속된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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