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제산에 올라... 산은 온통 신록의 반짝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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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제산에 올라... 산은 온통 신록의 반짝임
  • 석희열 기자
  • 승인 2021.05.05 2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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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기슭을 지나 계단을 오르니 길 옆에 핀 불두화가 나를 반겼다
산등성이에는 벌이야, 나비야, 꽃이야 그리고 사람들로 넘쳐나고
모처럼 휴일을 맞아 서울 화곡동 봉제산에 오르니 신록의 반짝임에 눈이 부셨다.copyright 데일리중앙
모처럼 휴일을 맞아 서울 화곡동 봉제산에 오르니 신록의 반짝임에 눈이 부셨다.
ⓒ 데일리중앙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5월의 신록을 아가의 웃음이라 했던가.

메마른 산야를 신록이 뒤덮은 5월이다. 밖을 내다보면 달콤한 아카시아 향기와 신록의 반짝임에 눈이 부신다.

모처럼 휴일을 맞아 서울 화곡동 봉제산에 올랐다.

능선을 따라 네댓 시간을 걷고 또 걸었다.

산기슭을 지나 계단을 오르니 길 옆에 핀 불두화가  나를 반겼다

길 위에서 만나는 뜻밖의 즐거움이었다.

"꽃의 매력 가운데 하나는 그에게 있는 아름다운 침묵"이라고 누군가 얘기했다. 꽃이 우리처럼 말을 한다면 이처럼 우아한 매력을 유지할 수는 없을 게다.

쌍떡잎 식물인 불두화는 꽃의 모양이 부처의 머리처럼 곱슬곱슬하고 부처가 태어난 4월 초파일을 전후해 꽃이 만발하므로 불두화라고 부른다고 한다. 

산모퉁이를 돌고 돌아가니 이리 구불 저리 구불 산허리 길이 끝이 없다.

산은 온통 황금빛으로 눈부신 햇살을 안고 그 호사스런 꽃장막을 거두면서 싱싱한 이파리에 푸르름을 더하고 있다.

산등성이에는 벌이야, 나비야, 꽃이야 그리고 사람들로 넘쳐났다. 

산 정상인 봉수대에서 잠시 땀을 식힌 뒤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다.

둘레길을 따라 산마루에 이르러 북카페가 나왔다. 서고에는 수십 권의 책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누군가 오며가며 책을 읽은 온기가 느껴졌다.

언젠가 이 고갯 마루에서 난 원은희의 시 '그대를 두고 온 서해'를 읽은 적이 있다.

오던 길로 돌아 산마루공원에 들어서자 어디선가 새 한 마리가 날아와 반겼다. 

눈을 들어 푸른 하늘엔 뭉게구름이 둥실둥실 떠다니고...

'둥 둥 두웅~' 멀리 사찰에서 저녁 예불 종소리가 봉제산에 울려 퍼졌다.

7시20분. 봉수대를 지나 다시 철쭉동산에 이르자 서산에는 해가 지고 있었고 땅은 점점 식어가고 있었다.

산 아래에서 공을 차며 놀던 아이들도 강아지를 데리고 둘레길을 걷던 사람들도 하나둘 집으로 돌아갔다.

내일은 또 다른 태양이 떠올라 광휘로운 햇빛으로 온누리를 비춰주겠지-.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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