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중사, 두 달 청원휴가 중 집에 온 것은 10여 일뿐... 군 분리조치는 '거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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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사, 두 달 청원휴가 중 집에 온 것은 10여 일뿐... 군 분리조치는 '거짓'
  • 김영민 기자
  • 승인 2021.06.09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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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대장·노 준위, 이 중사 부모에게 "집 보다 영내 머무는 게 좋겠다".. 사실상 부대에 '유폐'
이채익 "군이 사건 초기부터 고인을 관심병사 다루듯 영내에 근신 상태로 가둬 놓아둔 것"
9일 열린 국회 국방위에서는 공군 여부사관 이00중사 성추행·사망 가건 관련 긴급 현안질의가 열렸다. copyright 데일리중앙
9일 열린 국회 국방위에서는 공군 여부사관 이00중사 성추행·사망 가건 관련 긴급 현안질의가 열렸다. ⓒ 데일리중앙

[데일리중앙 김영민 기자] 공군 쪽은 성추행 피해를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여군 부사관 이00 중사에 대해 사건 발생 직후 청원휴가로 피해자-가해자 분리조치를 취했다고 했으나 거짓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 과정에서 대대장 및 노 준위의 조직적인 사건 은폐·무마 시도도 이뤄졌던 것으로 밝혀졌다.

국회 국방위 국민의힘 이채익 의원이 9일 보고받은 공군 쪽 자료에 따르면 군은 "성추행 신고 다음 날인 3월 4일부터 5월 2일까지 이 중사의 두 달 간 청원휴가로 피해자와 가해자 간 분리를 즉각 조치했다"고 밝혔다.

공군은 가해자인 장00 중사는 사건신고 2주 만인 3월 17일 군사경찰의 가해자 조사를 마친 뒤 김해 5비행단으로 파견이동됐다고 밝혔다. 

그리고 피해자인 이 중사는 청원휴가 뒤 2주 간의 자가격리를 거친 다음 사건신고 77일 만인 5월 18일 성남 15비행단으로 전속이동시켰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의원이 유족 쪽에 확인한 데에 따르면 공군 쪽 설명은 사실과 달랐다.

이 중사 유족 쪽은 "3월 4일 부모님이 서산에 내려가 부대 인근에서 대대장과 노 준위를 만났다. 당시 대대장이 '코로나 때문에 수도권은 위험한데다 앞으로 조사 및 피해상담, 국선변호인의 조력도 받아야 하니 (이 중사가) 부대에서 머무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권유했다. 철저한 수사와 피해자 보호를 약속하던 대대장을 믿고 (이 중사를) 놔두고 왔다"고 밝혔다.

유족 쪽은 특히 "청원휴가 받은 두 달 중에 (이 중사가) 집에 온 것은 10여 일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라며 "군이 분리 조치를 제대로 했다고 밝혔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이 중사는) 사실상 부대 내에 머물면서 은폐 및 무마, 회유 등 2차 가해에 방치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더구나 대대장과 노 준위 쪽은 애초 민간 변호사 선임을 계획하던 유족에게 "가해자가 혐의를 시인했고 증거도 있어 처벌이 확신되니 지금부터 쓸 필요없다"면서 "국선 변호인으로 선임했다가 향후 검찰 송치 또는 재판 단계에서 민간으로 쓰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던 걸로 드러났다.

대대장과 노 준위 쪽은 이 중사의 부모님을 만난 자리에서 "이런 일은 사단장까지 알 필요가 없는 사항"이라며 부대 쪽의 은폐 사실을 직접 밝히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채익 의원실이 공군 쪽에서 확인한 결과 사건 무마 및 은폐 의혹을 받는 노 준위는 군사경찰 수사 단계에서 아예 제외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사건 초기 단계에서부터 부대 쪽은 이 중사의 성추행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보다는 사건을 축소시키는데 집중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군은 이 중사의 부대 출입 기록 등 사실관계 파악을 위한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에 대해 '수사 중인 사안' 또는 '개인정보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이채익 의원은 "군 부대 측이 사건 초기부터 고인을 관심병사 다루듯 영내에 근신 상태로 가둬 놓아둔 것"이라며 "당시 사건의 총지휘관인 대대장도 수사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또 "국방부가 국회를 비롯한 유가족 측에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것 또한 또 다른 은폐 행위와 다름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9일 오전 10시부터 국회 국방위에서는 성폭력 피해 공군 중사 사망사건 관련 긴급현안질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야당 의원들은 "폐쇄적인 조직에 의해 피해 사실이 은폐, 무마, 축소돼 억울한 희생을 낳았다"며 군 통수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의 직접 사과와 서욱 국방부 장관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김영민 기자 kymin@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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