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분노, 사랑, 정... 인간의 보편적 감정을 발레로 풀어낸 '트리플 빌'
상태바
[공연리뷰] 분노, 사랑, 정... 인간의 보편적 감정을 발레로 풀어낸 '트리플 빌'
  • 석희열 기자
  • 승인 2021.06.20 06: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 인간의 원초적 감정이 유연한 몸짓과 아름다운 선율로 살아나다
들리는 음악이 눈으로 보이고 보이는 춤이 들리는 음악 으로... 작품 메시지는 위안과 편함, 치유와 필링
유니버설발레단의 신작 발레 '트리플 빌'이 지난 19일 오후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펼쳐졌다. 제11회 대한민국발레축제 초청작인 이 작품은 20일 오후 3시 마지막 공연이 열린다. (사진=유니버설발레단)copyright 데일리중앙
유니버설발레단의 신작 발레 '트리플 빌'이 지난 19일 오후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펼쳐졌다. 제11회 대한민국발레축제 초청작인 이 작품은 20일 오후 3시 마지막 공연이 열린다. (사진=유니버설발레단)
ⓒ 데일리중앙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인간의 원초적 감정이 유연한 몸짓과 아름다운 선율로 살아났다.

들리는 음악이 눈으로 보이고 보이는 춤이 들리는 음악 으로 나타나는 공연이었다.

유니버설발레단이 제11회 대한민국발레축제 초청작으로 19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선보인 발레 <트리플 빌>은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다. 인간이 지니고 있는 보편적인 감정인 분노, 사랑, 정을 주제로 전혀 다른 세 작품으로 풀어냈다.

유병헌 유니버설발레단 예술감독이 안무를 맡았고 음악은 모두 녹음 반주(mr)를 사용했다. .

오후 3시 본 공연에 앞서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 단장이 먼저 무대에 나와 관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작품해설을 했다. 

과거에는 의상이 무거워 모든 동작이 수직으로 이뤄졌다는 고전발레와 현대로 오면서 의상이 가벼워져 골반을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폭이 한결 넓어졌다는 신고전발레의 차이를 설명했다.

또 "한국무용이 상체(가슴)를 안쪽으로 다소곳하게 표현하면서 절제된 에너지를 춤으로  승화시킨다면 발레는 외향적으로 가슴을 뒤로 젖히면서 하늘을 향해 들어올리며 추는 춤"이라고 했다.

문 단장은 특히 세 번째 작품 '코리아 이모션'을 소개하면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우리의 고유정서인 정을 발레로 표현한 작품"이라며 "발레와 한국무용이 만나서 어떤 작품이 나오는지 잘보시라"고 했다.

10여 분의 작품해설이 끝나자 첫 번째 작품 '분노'를 주제로 한 '파가니니 랩소디'가 무대에 펼쳐졌다.

첫 파드되(발레에서 남녀 무용수 둘이 추는 춤), 두 번째 파드되,  3커플의 파드되까지 모두 5커플의 파드되가 때론 서정적으로 때론 격정적으로 이어졌다.

코로나로 인해 암울한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행복했던 과거에 대한 회상과 불안한 미래에 대한 분노 그리고 놓을 수 없는 희망을 애틋한 몸짓으로 생동감 있는 음악적 기교와 변주에 맞춰 표현했다. 

군무의 빠른 대형 변화와 직선과 곡선의 변주, 멈춤 속의 움직임 등이 극적인 서사시처럼 다가왔다.

주제곡은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변주곡'으로 인간의 모든 감정을 작품 속에 투영해 쓴 러시아 작곡가 라흐마니노프의 협주적 작품이다.

두 번째 작품은 '사랑'을 화두로 한 '버터플라이 러버즈'(The Butterfly Lovers)다. 중국판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불리는 중국의 민간설화 '양산백(로미오)과 축영대(줄리엣)' 이야기를 발레로 만든 것이다. 

한쌍의 젊은 연인이 집안의 사정으로 헤어진 뒤 나비로 환생해 살아서 못다한 사랑을 죽어 영원히 이룬다는 내용이다. 

축영대(손유희 분)와 양산백(이현준 분)은 나비로 환생한 뒤에는 따로 대역(각각 박수경, 강민우 분)을 썼는데 이에 대해 문훈숙 단장은 "중국 원곡 그대로 사용하기 위해 2인1역으로 했다"고 밝혔다.

중국 지린성 출신의 유병헌 예술감독은 이 작품을 특유의 서정적이면서도 절도 있는 안무와 연출로 아름답게 재탄생시켰다. 

고절발레의 형식미에 중국 전통춤과 감수성이 잘 살아날 수 있도록 손끝의 쓰임과 시선 처리에 중점을 뒀다. 특히 절도 있는 군무는 서정성과 대비돼 더욱 역동적인 느낌을 줬다.

마지막 작품 '코리아 이모션'(Korea Emotion)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고유의 정서인 정을 발레에 담았다. 

유병헌 예술감독은 작품에서 정을 인간의 감정 가운데 가장 복잡하고 심오한 감정 중 하나로 서로 상반되는 미운정과 고운정, 사랑과  미움이 공존하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는 감정으로 해석했다.

음악은 국악의 세계화를 추구한 한류 드라마OST의 대가 지평권 음악감독의 '다울 프로젝트' 앨범(2014) 수록곡에서 미리내길(드라마 '구암 허준' 테마), 달빛 영, 비연(드라마 '짝패' 메인 테마), 정선아리랑의 4곡을 발췌해 사용했다.

국악과 오케스트라와의 크로스오버로 음악적 아름다움 시너지를 극대화시켰다.

안무 역시 한국무용의 요소를 발레 형태로 매끄럽게 녹여내 아름답게 연출했다. 서정과 격정을 교차하는 안무의 역동적인 변주를 통해 원초적 감정인 '정'의 복잡성과 양면성을 서사적으로 풀어냈다.

한국인의 감수성을 잘 이해한 유병헌 감독의 안무 연출은 영리했고 무대 의상도 돋보였다.

또 외국인 무용수들이 한국 전통 의상을 입고 우리 고유의 장단에 맞춰 율동을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19일 오후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펼쳐진 발레 '트리플 빌' 세 번째 작품 '코리아 이모션'이 끝난 뒤 출연자들과 이날 공연 안무연출을 맡은 유병헌 유니버설발레단 예술감독이 객석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copyright 데일리중앙
19일 오후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펼쳐진 발레 '트리플 빌' 세 번째 작품 '코리아 이모션'이 끝난 뒤 출연자들과 이날 공연 안무연출을 맡은 유병헌 유니버설발레단 예술감독이 객석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 데일리중앙

120분(쉬는 시간 30분 포함)에 걸친 공연이 끝나자 출연자들이 객석을 향해 인사했고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로 화답했다. 유병헌 예술감독도 무대로 나와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유병헌 감독이 이번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위로와 편함(공감), 치유와 필링이다.

그는 "코로나 펜데믹이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를 주고 있기에 감성과 치유에 주목했다"며 "자신의  감정를 피하지 않고 직관으로 마주함으로써 그 감정을 표현할 수 있을 때 스스로 치유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고 전했다.

발레 <트리플 빌>은 20일 오후 3시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마지막 공연을 펼친다. 유니버설발레단 무용수 40여 명이 무대에 오른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