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뮤지컬 '레베카'... 로맨스·서스펜스·강렬한 넘버가 어우러진 17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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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뮤지컬 '레베카'... 로맨스·서스펜스·강렬한 넘버가 어우러진 170분
  • 석희열 기자
  • 승인 2021.11.25 03:1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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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주현 효과' 때문일까(?)... 공연장은 사람들로 넘쳐나며 1200여 석의 객석 일찌감치 동나
맨덜리 저택 집사 '댄버스 부인' 역 옥주현, 광기어린 표정과 성량 풍부한 넘버로 객석 압도
여리고 순수한 여인 '나' 역의 이지혜, 아름다운 소프라노 음색과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박수
연말 최고의 화제작 뮤지컬 '레베카'가 24일 밤 서울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로맨스·서스펜스·강렬한 넘버가 어우러진 170분간 공연됐다. (사진=EMK)copyright 데일리중앙
연말 최고의 화제작 뮤지컬 '레베카'가 24일 밤 서울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로맨스·서스펜스·강렬한 넘버가 어우러진 170분간 공연됐다. (사진=EMK)
ⓒ 데일리중앙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막이 오르자 갈매기 소리와 파도 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이윽고 프롤로그 넘버 '어젯밤 꿈 속 맨덜리'가 청아한 목소리에 실려 울려 퍼졌다. 어둠 속의 추억, 그립지만 아픈 상처, 그 속에 꽃핀 사랑을 여주인공과 앙상블 배우(뮤지컬의 코러스 배우)들이 노래했다.

국내에서 여섯 번째 시즌에 도전하는 최고의 뮤지컬 <레베카>는 24일 밤 서울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이렇게 시작됐다.

영국의 바닷가에 자리잡은 맨덜리 저택을 중심으로 감동적인 로맨스, 반전을 거듭하는 서스펜스, 귓가에 맴도는 강렬한 넘버가 어우러지며 장장 170분(중간에 쉬는 시간 20분 포함) 동안 펼쳐졌다.

'옥주현 효과' 때문일까. 공연장은 사람들로 넘쳐났고 1200여 석(거리두기 적용)의 객석이 일찌감치 동이 났다. 

뮤지컬 <레베카>는 영국의 대표작가 대프니 듀 모리에(Daphne Du Maurier)의 1938년 작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이날 공연에는 옥주현(댄버스 부인 역), 에녹(막심 드 윈터 역), 이지혜(나 역), 최민철(잭 파벨 역), 김지선(반 호퍼 부인 역), 류수화(베아트리체 역), 문성혁(가일스 역), 변희상(프랭크 크롤리 역), 김지욱(벤 역), 김용수(줄리앙 대령 역) 그리고 18명의 앙상블 배우들이 무대를 꾸몄다.

불의의 사고로 아내 레베카를 잃고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영국의 상류층 신사 막심 드 윈터(에녹 분). 그는 몬테카를로 여행 중 우연히 만난 '나'(이지혜 분)와 사랑에 빠지면서 이야기가 시작됐다.

행복한 결혼식을 올린 두 사람은 막심의 저택인 맨덜리에서 함께 생활하게 되는데... 맨덜리는 아름다웠지만 음산하고 기괴한 분위기를 풍기는 곳이기도 했다. 

마치 죽은 레베카가 살아 숨쉬고 있는 것처럼 집안 곳곳에 그의 흔적들이 남아 있었다. 특히 맨덜리 저택 집사 '댄버스 부인'(옥주현 분)의 광기어린 표정이 시종 분위기를 압도했다.

댄버스 부인은 레베카가 죽은 뒤에도 그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막심과 결혼한 '나'가 맨덜리 저택의 새로운 안주인이 되는 걸 두고보지 못하고 사사건건 방해했다. 감히 그 누구도 레베카의 자리를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검정색 옷차림에 독기를 뿜는 듯한 눈빛이 상대('나')를 주눅들게 만들었다. 옥주현씨가 그렇게 독한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옥주현씨의 성량 풍부한 넘버 또한 돋보였다. 1막 피날레 'Finale Erster Akt'와 2막 대표곡 '레베카'(Rebecca)를 열창할 때 사람들이 왜 그를 무대 위에서 가장 화려하게 빛나는 뮤지컬계의 보석이라 하는지 알게 해줬다.

24일 밤 뮤지컬 '레베카'가 공연된 서울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특히 옥주현, 이지혜, 에녹 등의 배우를 보기 위해 구름 인파가 몰렸다. copyright 데일리중앙
24일 밤 뮤지컬 '레베카'가 공연된 서울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특히 옥주현, 이지혜, 에녹 등의 배우를 보기 위해 구름 인파가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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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리고 순수한 여인이었으나 강인하고 굳은 여성으로 성장하는 '나(I)' 역의 이지혜씨 역시 최고의 무대를 선보였다.

그가 맡은 '나'는 매우 순수하고 섬세한 감성을 가진 가난한 여성이다. 소란스럽고 수다스러운 미국의 부유층 여성 '반 호퍼 부인'(김지선 분)의 비서 겸 말동무로 고용돼 함께 여행 중에 막심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2017년, 2019년에 이어 이번 시즌까지 세 번째로 '나' 역에 캐스팅된 이지혜씨는 아름다운 소프라노 음색과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단숨에 뮤지컬계 '신데렐라'로 떠오른 배우다.  이날 무대에서도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큰 박수를 받았다.

공연이 끝난 뒤 5분여 동안 커튼콜이 이어졌는데 이때 옥주현씨는 대표 넘버 '레베카'를 다시 한 번 열창했고 객석은 기립 박수로 화답했다.

뮤지컬 <레베카>의 시작과 끝은 넘버 '어젯밤 꿈 속 맨덜리'로 이뤄지는데 아픈 상처 속에 피어나는 사랑을 20여 명 배우들이 노래하자 주인공 '나'와 '막심'이 무대 중앙에서 뜨겁게 포옹하고 키스하면서 사라지는 장면에서 막이 내렸다.

민영기·김준현·에녹·이장우·신영숙·옥주현·임혜영·박지연·이지혜씨 등 역대급 캐스팅 라인업을 구성한 뮤지컬 <레베카>는 내년 2월 27일까지 서울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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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영 2021-11-25 10:07:33
역시 옥주현이다. 명불허전이라는 말이 이럴때 딱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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