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 두물머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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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 두물머리에서
  • 석희열 기자
  • 승인 2021.12.14 0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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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물은 저만치서 합쳐지고 있었고 물빛은 오후의 햇살을 받아 반짝였다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두물머리(양수두). 지난 주말 대학 동창들과 찾은 이곳은 오후의 햇살을 받아 아름답게 반짝이고 있었다.copyright 데일리중앙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두물머리(양수두). 지난 주말 대학 동창들과 찾은 이곳은 오후의 햇살을 받아 아름답게 반짝이고 있었다.
ⓒ 데일리중앙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지난 주말 대학 동창들과 찾은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두물머리다. 

금강산에서 흘러내린 북한강과 강원도 태백 금대봉 기슭에서 발원한 남한강의 두 물이 합쳐진다 하여 예부터 붙여진 이름이다.

2019년 8월 이후 2년 4개월 만에 다시 들른 그곳은 여전히 아름답고 많은 사연을 지니고 있었다.

두 물은 저만치서 합쳐지고 있었고 물빛은 오후의 햇살을 받아 눈부시게 반짝였다. 친구 하나는 두물머리 물빛을 보석같다고 했다.

북한강가에는 때아닌 개나리가 꽃망울을 터뜨렸고 붉은 장미도 화사한 얼굴을 내밀었다.

바람이 부는가. 
고개를 들어 푸른 하늘엔 흰 구름 두 조각.

강 건너에는 물의 정원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느껴졌다.

"산수와 습수가 합쳐 흐르는 곳에/ 그 마을 이름이 바로 이수두인데/ 마을 앞의 한 전방 늙은이가/ 가만히 앉아  가는 배를 보내누나"

다산 정약용은 두물경의 아름다움을 그의 시집 '귀전시초'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두물경을 지나 모퉁이를 돌자 그 옛날 한강나루터를 오가던 이들의 애환을 지켜봤을 400년 넘은 느티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27미터 높이의 느티나무는 거기 그대로 서 있었는데... 수많은 사람들의 사연을 실어 날랐을 황포돛배는 세월의 흐름속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대신 그 자리에는 작은 나룻배 하나가 떠 있었다.

펄펄 끓던 2019년 여름 총천연색으로 자태를 뽐내던 연꽃들은 흑백으로 앙상하게 헐벗은 채 새봄을 기다리며 겨울을 견디고 있었다. 우리 처~럼.

새봄이 오면 우리는 다시 두물머리를 찾을 것이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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