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사실에 기초한 토론과 비판 설득을 넘어 이재명 지지자 이름으로 모욕적 언사와 문자폭탄 같은 억압적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며 지지자들에게 자중을 요구했다. 이 의원을 비판하는 민주당 의원들을 향한 지지자들의 문자폭탄이 당내 민주주의를 훼손한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이 의원이 직접 정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에 "민주주의는 철학과 비전을 제시하고 동의와 지지를 확대해 가는 과정이라는 면에서 네거티브 방식은 효율적이지도 못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의원은 "입장이 다르면 존중하고 문제점은 정중하게 합리적으로 지적하며, 자신의 입장을 잘 설명하는 것이 오히려 공감을 확대할 것"이라며 "모멸감을 주고 의사표현을 억압하면 반감만 더 키운다"고 밝혔다. 그는 "이재명의 동료들은 이재명다움을 더 많은 영역에서 더욱더 많이 보여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이른바 개딸로 상징되는 열성 지지층에게 과격한 방식의 정치적 의사표현을 자제해달라고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방선거 참패 이후 이재명 책임론을 주장하는 비이재명계 정치인들에 대한 지지층의 비판이 수위를 넘자 이 의원이 수습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이 의원 지지자 일부는 최근 이재명 책임론을 주장한 홍영표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에 치매가 아닌지 걱정된다는 등 원색적 비난이 적힌 대형 대자보를 붙였다. 상당수 의원들은 하루 수천통이 넘는 문자폭탄을 경험하고 있다. 팬덤정치가 의원들의 정치 활동을 위축시켜 당내 민주주의 훼손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문제제기가 잇따라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 의원이 직접 열성 지지층에 자제를 촉구한 것은 문재인 전 대통령 사례를 감안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문 전 대통령은 2017년 대선 경선 당시 상대 후보들을 향한 지지자들의 문자폭탄을 "경쟁을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양념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네거티브 정치가 아니라 잘하기 경쟁으로 더 나은 삶을 만드는 포지티브 정치여야 한다"며 "기존 정치와 다른 이재명 정치의 신선함은 이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권리당원을 한 명이라도 더 늘리고 민주당 가치를 한 사람에게라도 더 알리는 것이 정치적 의사를 관철하는 더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밝혔다.
김남국 의원은 SNS를 통해 "홍영표 의원 지역사무실에 대자보를 붙이셨던 지지자께서 사과하러 직접 사무실을 찾으셨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큰 용기를 내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밝혔다.
송정은 기자 blue1004sje@daili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