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 신규 전동차 늦게 받고도 5277억원 예산 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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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통공사, 신규 전동차 늦게 받고도 5277억원 예산 집행
  • 석희열 기자
  • 승인 2023.03.08 15:00
  • 수정 2023.03.08 1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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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습 납품 지연 및 배상금 부과 업체, 추가 사업에서도 재차 수주에 '성공'
서울지하철 1~8호선 전체 전동차 3613칸 중 1286칸은 교체나 개량 시급
1~8호선 노후 전동차 교체 위해 1조8653억원 규모 신규 전동차 구매사업
김종길 시의원 "업체 납품지연 실태 반영할 수 있는 평가시스템 마련해야"
공사 "추가발주 시 평가기준을 종합 검토해 입찰제한 등 치밀하게 하겠다"
서울지하철 1~8호선 노후 전동차 현대화를 위해 1조8653억원 규모의 신규 전동차 구매 사업이 진행 중인 가운데 발주기관인 서울교통공사는 전동차를 제때 받지 못하고 막대한 지연배상금만 물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copyright 데일리중앙
서울지하철 1~8호선 노후 전동차 현대화를 위해 1조8653억원 규모의 신규 전동차 구매 사업이 진행 중인 가운데 발주기관인 서울교통공사는 전동차를 제때 받지 못하고 막대한 지연배상금만 물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 데일리중앙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서울지하철 1~8호선 노후 전동차 현대화를 위해 1조8653억원 규모의 신규 전동차 구매 사업이 진행 중인 가운데 발주기관인 서울교통공사는 전동차를 제때 받지 못하고 막대한 지연배상금만 물리고 있는 걸로 드러났다.

코로나 사태 장기화와 전동차 생산 업체가 국내에 3곳 뿐인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 국민의힘 김종길 의원이 8일 서울교통공사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지하철 1~8호선 전체 전동차 3613칸 중 1286칸(35.6%)은 교체나 개량이 시급한 성능평가 D등급이다.

이에 공사는 노후 전동차 교체를 위해 2026년까지 모두 7차에 걸쳐 1조8653억원 규모의 전동차 현대화 사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기한이 도래한 582칸 중 382칸을 제때 받지 못했고 이 가운데 일부는 최장 677일까지 지연됐던 걸로 확인됐다.

특히 3~5차 사업에 걸쳐 최장 677일에 이르는 지연 사태와 막대한 지연배상금을 부과받은 업체가 6~7차 사업도 수주에 성공하면서 향후 연쇄적인 도미노 지연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차 사업 2·3호선 196칸을 1549억원에 수주한 다원시스의 경우 수주 물량의 전량에 해당하는 납품 지연이 발생했으며 지연 일수는 202~677일이었다. 4차 사업 5·7호선 336칸을 3731억원에 수주한 우진산전의 경우 136칸에 대해 345~568일의 납품 지연이 발생했다.

3차 사업 물량의 전량을 기한 안에 납품하지 못한 다원시스는 5차 사업 수주에 재차 성공해 현재 50칸에 대한 추가 지연이 발생 중이다. 이에 대한 의혹이 제기될 전망이다.

신규 전동차 구매 사업별 계약 및 납품지연 현황(2023.1.31 기준). (자료=서울교통공사)copyright 데일리중앙
신규 전동차 구매 사업별 계약 및 납품지연 현황(2023.1.31 기준). (자료=서울교통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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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들의 납품 지연과는 별개로 서울시의 예산은 꼬박꼬박 집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물량 전체에서 지연이 발생한 3차 사업의 경우 1564억원의 예산 중 1504억원이 이미 집행됐고 4차 사업(3879억원)과 5차 사업(2697억원)도 각각 2905억원, 868억원이 업체에 지급됐다.

아직 한 대도 납품받지 못한 6~7차 사업의 경우에도 각각 예산의 46.4%, 29.6%가 이미 집행된 상황이다.

이러한 상습적인 납품 지연 사태의 원인은 생산 능력에 비해 무리하게 많은 물량을 수주한 업체와 적절한 평가 시스템을 갖추지 않고 탁상행정을 벌인 공사의 합작품이라는 것이 김종길 의원의 지적이다.

공사가 제출한 자료를 보면 1~6차 사업까지 납품 지연에 대한 평가 기준은 아예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이 신설된 7차 사업의 경우에도 이행 지연으로 인한 감점 요인은 최대 –2점(지체일수 240일 이상)에 불과했다.

실제로 7차 사업 입찰에 참여한 다원시스, 우진산전, 현대로템의 기술평가 점수는 각각 91.46점, 92.36점, 92.4점을 받았다. '2단계 규격·가격 분리 동시 입찰제' 취지는 퇴색되고 사실상 최저가 입찰제와 다를 바 없이 진행됐다는 지적이다.

김종길 서울시의원은 8일 서울교통공사의 신규 전동차 구매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업체의 납품지연 실태 등을 반영할 수 있는 평가시스템 마련을 공사에 주문했다.copyright 데일리중앙
김종길 서울시의원은 8일 서울교통공사의 신규 전동차 구매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업체의 납품지연 실태 등을 반영할 수 있는 평가시스템 마련을 공사에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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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길 의원은 "돌려막기 덤핑수주 경쟁의 최종 피해는 결국 노후한 전동차를 타고 출퇴근해야 하는 1000만 서울시민에게 돌아간다"라며 "공사는 입찰자의 연간생산능력, 전체 납품지연 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평가 시스템을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서울교통공사 쪽은 평가기준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보다 치밀한 시스템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사 관계자는 <데일리중앙>과 통화에서 "향후 추가적으로 발주 시에는 평가기준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입찰 제한 등 보다 치밀하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납품 지연에도 불구하고 예산을 집행한 데 대해 "6차, 7차 사업에 지급된 금액들도 관련 법령에 의해 적법하게 지급한 선금 입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납품 지연에 대한 감점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2022년도에 계약을 얼마만큼 성실하게 이행하느냐의 항목을 신설해 평가했다"며 "그런데도 지연이 발생해 향후 추가적으로 발주 시에는 평가기준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입찰 제한 등 치밀하게 할 계획"이라고 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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