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택시요금 인상 실효성 의문.... 26% 올렸지만 매출은 1% 증가 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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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택시요금 인상 실효성 의문.... 26% 올렸지만 매출은 1% 증가 그쳐
  • 석희열 기자
  • 승인 2023.03.13 12:23
  • 수정 2023.03.13 13: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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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행대수는 고작 3% 증가... 택시요금 인상이 택시 이용 기피 현상으로 이어져
박상혁 의원 "기사 처우 개선에 도움은 안 되고 서민들 부담만 가중된 것" 비판
서울 중형택시 기본요금이 지난달 큰 폭으로 올랐지만 정작 택시 매출 증가율은 1%대이고 운행대수는 3% 늘어나는 데에 그친 것으로 나타나 서울시 택시요금 인상 정책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copyright 데일리중앙
서울 중형택시 기본요금이 지난달 큰 폭으로 올랐지만 정작 택시 매출 증가율은 1%대이고 운행대수는 3% 늘어나는 데에 그친 것으로 나타나 서울시 택시요금 인상 정책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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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서울의 택시 기본요금 인상이 택시 이용 기피 현상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됐다.

서울 중형택시 기본요금이 지난달 큰 폭으로 올랐지만 정작 택시 매출 증가율은 1%대이고 운행대수는 3% 늘어나는 데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기본요금 인상률이 26%인 점을 고려하면 택시대란 해결을 위한 요금 인상 정책 실효성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가 실효성 있는 택시요금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3일 박상혁 민주당 국회의원실이 국토교통부·서울시에서 제출받은 관련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서울 중형택시 요금 인상 후 법인택시 매출 증가율은 고작 1%대에 그쳤다.

서울 중형택시 기본료가 3800원에서 4800원으로 1000원 오른 지난달 1일부터 20일간 택시 한대당 하루 평균 매출은 20만6608원으로 집계됐다. 요금 인상 전인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두 달간 집계된 하루 평균 매출(20만4067원)보다 1.2% 늘어난 수치다.

서울의 한 택시업체 관계자는 <데일리중앙>과 통화에서 "지난 2월부터 택시 기본요금이 3800원에서 4800원으로 크게 올랐지만 매출에는 전혀 영향이 없다"며 서울시에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택시요금 인상률이 26.3%(3800→4800원)에 달한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택시 운송수요는 줄어든 셈이라는 게 박상혁 의원실 분석이다.

실제 택시 운송수요 지표인 실차율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실차율은 택시의 하루 운행거리 중 실제 승객을 태워 이동한 실차거리를 비율로 환산한 것이다.

기본요금이 오르기 직전 두 달간 법인택시 한 대의 하루 평균 운행거리는 280km, 이 가운데 승객을 태워 이동한 영업거리(실차율)는 70% 수준인 196km였다. 그러나 택시요금 인상 뒤 하루 평균 운행거리는 272km, 실차율은 60.7%인 159km로 떨어졌다. 운행효율이 나빠졌다는 얘기다.

요금 변동이 없는 나머지 16개 시도와 비교했을 때 서울의 실차율 낙폭은 전국에서 가장 컸다. 기본요금이 오른 뒤 서울 법인택시 실차율은 9.3%포인트 내렸다. 이는 전국 평균 실차율 낙폭치 2.9%포인트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서울과 대구(4.2%포인트)를 제외한 15개 시도 실차율 변동치가 0.1~1%포인트대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서울이 전국 평균치를 주도적으로 끌어내린 셈이다.

서울의 기본요금 인상 뒤 택시 영업건수도 줄었다. 요금 인상 전 택시 한 대당 하루 평균 영업건수는 24건이었으나 요금 인상 뒤엔 19건으로 줄었다.

반면 택시 이용과 관련한 불편사항 민원은 늘었다. 지난달 1~20일 서울시에 접수된 택시 관련 불편민원은 같은 기간 대비 최근 3년 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승차거부와 도중하차, 부당요금징수, 불친절, 사업구역 외 영업 등 택시 관련 민원은 모두 679건으로 2022년 2월(567건)과 2021년 2월(647건) 한 달간 접수된 민원 건수를 이미 넘어섰다.

서울시가 중형택시 기본요금을 대폭 올린 1차 목적은 운수종사업자들의 처우 개선에 있다. 택시요금을 올려 기사 수입이 늘고 처우가 개선되면 택시 공급량이 늘고 궁극적으로 심야 택시대란도 해소되는 선순환이 있을 것이란 전망이었다.

서울시는 지난달부터 중형택시 기본요금을 3800원에서 4800원으로 인상하고 기본요금 적용 구간도 기존 2km에서 1.6km로 줄였다. 시간 요금은 31초당 100원에서 30초당 100원으로 올렸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부터는 심야할증시간을 자정에서 오후 10시로 2시간 앞당기고 할증률은 40%로 높였다.

그러나 실제 요금 인상 이후 법인택시 기사들의 매출이 전혀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정책 실효성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비싼 택시 요금에 따라 택시 기피 현상이 심화되면서 애초 기대했던 요금 인상 취지와 동떨어진 결과란 지적이 나온다.

사납금제에 묶여있는 법인 비가맹택시기사의 경우 처우가 악화될 여지도 있다. 사납금제는 택시기사가 수입 일정액을 회사에 내고 나머지 수익을 가져가는 방식이다. 기본요금 인상을 명목으로 회사가 사납금을 인상할 경우 기사들이 가져가는 수익은 오히려 줄어들 것이란 우려도 있다.

박상혁 의원은 "택시기사들의 매출 상승효과는 미미한데 요금만 20% 이상 급등했다"며 "기사 처우 개선에 도움은 안 되고 서민들 부담만 가중된 것"이라 지적했다.

박 의원은 "(이는) 정책 효과에 대한 검토 없이 여러 대책을 짜집기식으로 추진한 결과"라고 비판하고 "지금부터라도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서울시에 주문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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